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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만에 돌아온 올드보이… 한미-北-日 얽힌 매듭 풀지 미지수

입력 | 2019-08-10 03:00:00

[8·9 개각]이수혁 주미 대사 내정자
6자회담 수석대표로 북핵 다뤄… 최근 비건과 만나 비핵화 논의
美서 꺼리는 문정인 대신 등판, 실전 감각 떨어진다는 지적도
美언론 “이수혁, 트럼프 표리부동 평가”




이수혁 내정자 “한미관계 야전사령관 돼… 野도 만족하는 외교할 것” 주미 대사로 내정된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오전 개각 발표 직후 국회 정론관에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외교관 출신인 이 내정자는 “한미 관계와 관련해 야당 눈에도 만족스러운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북핵 6자회담 첫 수석대표를 지낸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주미 대사로 내정됐다. 문 대통령이 정통 외교관 출신을 주미 대사로 낙점한 것을 두고 대미 외교를 안정감 있게 다루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가 일단 나온다. 하지만 외교 현장을 10여 년 전에 떠난 ‘올드보이’가 대미 외교 최전선에 서기엔 무리가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교차하고 있다.

이 내정자는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관계의 야전 사령관으로 부임하게 됐다”며 “국익을 위해 (외교 전선) 최전방에서 노력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우리에게 미치는 역할은 한반도 정책은 말할 것도 없고 미중관계와 대북관계, 대일정책까지 굉장히 다원화, 다층화됐다”면서 “다양한 인사를 접촉하며 (미국 측을) 설득할 필요가 있으면 설득하고, 협상할 일이 있으면 협상하겠다”고도 했다. 이 내정자와 가까운 한 학계 관계자는 “또 다른 주미 대사 유력 후보였던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의 경우 미국 일각에서 껄끄러워하는 기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 내정자는 미국 측과의 소통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사는 외교관 시절 다자외교를 주로 하면서 대미 업무는 물론이고 북핵 업무도 경험했다. 주미 대사관 참사관으로 근무하던 1997년 5월 말 미국 뉴욕에서 이근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와 비밀 접촉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교가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 후 1999년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외교통상비서관을,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외교부 차관보에 올라 6자회담 수석대표를 거쳤다. 그는 최근에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한할 때마다 직접 만나 비핵화에 대한 의견을 교환해왔다.

하지만 이 내정자가 현직을 떠난 지 10년이 넘은 만큼 전통적 외교 문법에 개의치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시대에 맞는 대미 외교를 수행해 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실제로 이 내정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직을 떠난 지 10년이 돼서 공무원의 감각은 많이 잃어버리고 퇴색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AFP통신, CBS뉴스 등은 한국 정부가 주미 대사로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을 “표리부동하다(treacherous)”고 평가했던 인물을 지명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당장 한일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미국을 어떻게 이끌어낼지가 이 내정자의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정읍(70세) △서울고 △서울대 외교학과 △외무고시 9회 합격 △주유고 대사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주독일 대사 △국가정보원 1차장 △20대 국회의원

한기재 record@donga.com·강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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