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공포 조장 리더 거부하라”… 오바마 애도성명에 공감대 확산 “트럼프 흉내 못낼 논리적 언어” 칭찬‘#나의 대통령’ 해시태그도 유행 트럼프 “전직이 비난하다니…” 반격… 언론선 “트럼프, 무식한 트윗” 비난
수십 명의 희생자를 낳은 텍사스와 오하이오 총격 사건 뒤 44, 45라는 두 개의 숫자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난데없이 등장한 이 숫자들은 총격 사건 희생자 수가 아닌 미국 제44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45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징하는 것이다.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는 트럼프 대통령과 침착한 위기대응력을 보여준 오바마 전 대통령을 대비시키는 ‘Not 45, But 44’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고 시시주간지 뉴스위크는 7일 보도했다. 위기 때 진정한 대통령의 면모를 보여준 것은 45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44대 오바마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44대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이 나온 계기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총기 사건 이틀 뒤인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A4 용지 2장 분량에 이르는 장문의 애도성명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성명보다 먼저 발표된 이 성명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증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리더는 거부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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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심야토크쇼의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는 “아름다운 성명”이라며 “오바마 제발 돌아와 줘. 백악관에서 담배 피우게 해줄게”라고 절규하는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금연 구역인 백악관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흡연을 허용해 줄 테니 빨리 돌아오라는 콜베어의 농담에 객석에서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소셜미디어에서는 ‘#Mypresident(나의 대통령)’라는 해시태그도 유행하고 있다. 해시태그에 붙여서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의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이다. “당신(오바마 전 대통령)은 나의 영원한 대통령” “나의 대통령은 연민을 느낄 줄 아는 대통령” “나의 대통령은 설득할 줄 아는 대통령” 등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시키는 메시지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대다수 해시태그 메시지는 의원이나 정치 전문가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올리고 있기 때문에 파급력이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국민의 애정이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향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반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샌디훅 총기 사건이 났을 때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오바마 당시 대통령을 비난했느냐”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샌디훅 사건은 2012년 오바마 대통령 재임 때 한 청년이 코네티컷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28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한 오바마 전 대통령을 부시 전 대통령과 비교함으로써 비난하려는 의도였지만 오히려 반발만 더 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사건 발생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모르는 무식한 트윗”이라고 맹비난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