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일 저 ‘악학궤범 新연구’ 한태동 교수 악학궤범 연구 기반 동양 악률법 ‘삼분손익법’ 분석
음악에서 피타고라스 콤마란 음(音)을 연주하고 남는 음의 길이 값을 말한다. 김 전 교수는 “태음력에서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주기인 29.5305일에서 0.5305에 해당하는 윤일(閏日)과 같은 것”이라고 비유했다. 서양에선 한 옥타브의 길이가 1200센트(cent)다. 이때 일정 비율로 음과 음 사이를 조율하고 나면 24센트가 남는다. 서양 클래식 음악에서 안정적이고 조화로운 음악을 만드는 것은 이 24센트를 얼마나 줄이냐에 달려 있었다. 바흐는 피타고라스 콤마를 음과 음 사이에 거부감 없이 집어넣는 악률법인 ‘평균율’을 만들어 6센트까지 줄였다.
반면 악학궤범을 비롯한 동양음악은 삼분손익법(三分損益法)이란 악률법으로 피타고라스 콤마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음을 만들었다. 삼분손익법은 한 음의 값에 3분의 1을 곱한 수를 더하거나 빼 음을 만들면서 음양의 조화를 꾀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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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학궤범은 삼분손익법을 발전시켜 ‘청중탁’ ‘탁중청’ ‘청중청’ ‘탁중탁’같이 음을 세분화하는 ‘상하12지법’을 도입했다. 상하12지법은 전통놀이인 윷판의 구성과도 유사하다. 김 전 교수는 “악학궤범은 단순히 음악에 국한된 저서가 아닌 우리 민족 고유의 사유 방식까지 담고 있다”며 “중국 음악 이론서인 율력신서와도 뚜렷한 차별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