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리안’ 4회차 공연을 위해 서울 서초구의 연습실에 모인 단원 110여 명은 오후 10시까지 이어지는 연습으로 여름 내내 땀을 쏟고 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2일 저녁 서울 서초구의 상가 지하에 있는 관현악 연습실. 지휘자 진솔(32·사진)이 이끄는 관현악단 ‘말러리안’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연습 중인 곡은 말러의 교향곡 6번 ‘비극적’. 살짝만 매만졌는데도 연주는 순간마다 한결 명쾌한 색깔로 정련됐다. 에어컨이 실내의 열기를 눅였지만 작은 체구의 지휘자는 머리카락까지 흠뻑 땀에 젖었다.
“그 부분 호른 솔로를 약간 빨리 하면 편할까요?” 단원들에게 연주의 ‘용이함’까지 점검하는 ‘의견 교환형’ 연습은 오후 10시가 지나서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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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곡은 세계를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던 말러의 교향곡은 전문 오케스트라도 연주하기가 유독 까다로운 곡으로 꼽힌다. 교향곡 6번의 경우 연주 시간이 1시간 20분에 달한다. 그런데 왜 굳이 말러일까.
“오직 음악만으로 한데 뭉치게 할 수 있는 중독성 있는 작곡가가 말러라고 생각했죠. 여러 사람이 함께 도전하고 꿈을 키울 매력적인 목표라고 생각했습니다.”
‘말러리안’은 2017년 2월 말러의 미완성 교향곡인 10번 첫 악장 등으로 세상에 탄생을 알렸다. 이후 교향곡 5번, 1번을 전곡 연주했다. 매 회 ‘열정이 돋보이는 감동적인 연주’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공 구분 없이 오디션을 실시하며 현악기의 경우 아마추어가 30% 정도 합격한다. 해외에서 프로 연주가로 활동하다 ‘말러리안’의 취지에 공감해 합류한 단원도 있다고 진솔은 말했다.
“다들 바쁜 가운데 시간을 내요. 이번 6번 교향곡은 너무 어려운 부분이 많은데, 처음에 현 단원들이 두 시간 먼저 와서 연습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모두 같은 마음으로 시작하지는 않지만 연주 끝에는 ‘똑같은 마음’으로 끝날 거라는 확신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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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지휘를 전공한 뒤 독일 만하임음대에서 클라우스 아르프를 사사했다. 게임 음악을 제작하는 스타트업 ‘플래직’을 2017년 설립하기도 했다.
‘말러리안 시리즈 4: 교향곡 6번 ‘비극적’ 콘서트’는 7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2만∼4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