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소총에 귀마개 쓴 백인남성… 개학시즌 주말 할인 행사장 노려 텍사스 총기난사 24시간도 안돼… 오하이오서도 총격, 최소 10명 숨져 지난 25일이후 총 7차례… 46명 사망… “참을만큼 참았다” 총기규제론 거세
3일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의 월마트 정문으로 총격 사건 용의자인 백인 남성 패트릭 크루시어스가 소음방지용 귀마개를 착용하고 소총을 든 채 들어오고 있다. 이날 그의 총격으로 최소 20명이 숨지고 26명 이상이 다쳤다. 경찰은 그의 소셜미디어 활동 등을 근거로 유색인종 증오 범죄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KTSM방송 화면 캡처
○ “이민자가 일자리 빼앗아”
3일 오전 10시 40분경 미 남부 텍사스주 국경도시 엘패소. 시 동부에 위치한 월마트 매장에 21세 백인 남성 패트릭 크루시어스가 들이닥쳐 소총을 난사했다. 그는 4개월 된 아기부터 8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무작위로 총을 쐈고 최소 20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다. 중환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곳에서는 이달 중순 초중고교 개학을 앞두고 학용품을 싸게 파는 ‘백 투 스쿨’ 할인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쇼핑객 3000여 명과 직원 100여 명 등 비교적 사람이 많아 인명 피해가 컸다. 매장에서 탈출한 마누엘 우르추르투 씨(20)는 뉴욕타임스(NYT)에 “배에 총상을 입고 피를 흘리는 6∼8개월 된 아이도 봤다”고 전했다. NYT는 이날 참극을 ‘대학살(Massacre)’로 규정했다.
크루시어스처럼 행사장이나 쇼핑몰 같은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아 불특정 다수를 향해 의도적으로 총을 쏴대는 총기난사범을 ‘액티브 슈터(active shooter)’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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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세지는 총기 규제론
지난달 25일 캘리포니아주 샌퍼낸도밸리 총격 후 4일까지 미국에서는 무려 일곱 차례에 걸쳐 총기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 들어 216일째를 맞은 4일까지 미국 내 대형 총격 사건만 벌써 251번째라고 USA투데이가 전했다. 지난달 27일 뉴욕, 28일 캘리포니아, 29일 위스콘신, 30일 미시시피, 이달 3일 텍사스, 4일 오하이오 등 지역도 광범위하다. 3일과 지난달 30일 벌어진 총격 사건 장소가 월마트란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월마트는 세계 최대 총기 소매업체이며 설립자 샘 월턴은 유명한 총기 사용 지지자”라고 전했다. 총기 관련 비영리 법인 GVA에 따르면 총기 사건으로 인한 올해 미국 내 사망자만 8700명이 넘는다.
민주당은 규제 강화를 외치고 있다. 대선 주자 지지율 1위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3일 트위터에 “얼마나 많은 생명이 희생돼야 하나. 우리가 행동에 나서 만연한 총기폭력을 끝내자”고 주장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너무 많은 가족이 총기폭력 공포를 견디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참을 만큼 참았다”고 가세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 등 다른 주자들도 동조했다. 하지만 미 수정헌법 2조에 무장할 권리가 보장됐다는 이유로 연방 차원의 총기 규제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4일 트위터에 “엘패소와 데이턴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 두 곳 모두 경찰 대처가 아주 빨랐다”는 글을 올렸다. 규제 언급은 없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