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클래스/샘 워커 지음·배현 옮김/376쪽·1만8000원·더봄
스포츠 역사상 위대했던 16개 팀에서는 뛰어난 현장의 리더 ‘캡틴’이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승을 밥 먹듯이 한 감독도, 100년 만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스타 선수도, 구단의 돈도 ‘현장의 캡틴’이 없으면 한때 반짝할 뿐 지속적인 차별성을 갖지 못했다. 천재적인 동료들에 비해 덜 화려했지만 팀 전체에 성공에 대한 영감을 준 보스턴 셀틱스의 캡틴 빌 러셀, FC바르셀로나의 캡틴 카를레스 푸욜,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캡틴 팀 덩컨(왼쪽부터). 더봄 제공·FC바르셀로나 트위터 캡처
#2. ‘농구의 신’으로 불렸던 마이클 조던은 NBA 데뷔 후 6년 동안 소속팀 시카고 불스를 정상에 올려놓지 못했다. 캡틴이었던 그는 다른 선수들을 배제한 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불스의 공격을 운용했다. 팀 동료들은 조던의 독설과 비난, 조롱을 두려워했다. 결국 빌 카트라이트가 캡틴을 맡은 뒤 불스는 마침내 NBA 타이틀을 획득하기 시작했다.
최근 유벤투스 내한경기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노쇼’가 국내 팬들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흔히 ‘GOAT(Greatest of All Time)’라고 칭송하는 슈퍼스타의 존재에 대해 돌아보게끔 만든 사건이다. 호날두, 리오넬 메시와 같은 스타는 진정한 팀의 리더일까.
월스트리트저널 스포츠 전문기자인 저자는 야구, 축구, 배구, 농구, 미식축구 등 37개 종목에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역사상 최고의 16개 팀’을 뽑았다. 올림픽을 3연패한 쿠바 여자대표팀, FC바르셀로나(2008∼2013년), 브라질 축구대표팀(1958∼1962년), NFL 피츠버그 스틸러스, 뉴질랜드 럭비팀 올블랙스, MLB 뉴욕 양키스, 소련 아이스하키대표팀 등이다.
이렇게 뽑아낸 괴물 ‘엘리트 팀’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조직을 위해 헌신하는 ‘현장의 리더’ 캡틴이 있었다는 점이다. 빌 러셀이 캡틴으로 있었던 보스턴 셀틱스는 1957년부터 12시즌 동안 NBA 8연패를 포함해 10개의 타이틀을 획득했지만, 그의 은퇴 후 평범한 팀으로 전락했다. 뉴질랜드 럭비팀 올블랙스는 벅 셸퍼드가 캡틴을 맡았던 1987∼1990년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반면 우승 청부사 감독이 있어도 캡틴이 부재한 팀은 실패했고, 돈으로 우승을 구매하려 했던 2000년대 초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정책’은 오래가지 못했다.
저자는 20개국 1200여 팀의 선수, 단장, 감독의 인터뷰와 학술논문, 일화, 심리학, 경영학 지식 등을 총동원해 세계 최고의 팀 캡틴의 7가지 자질(Captain Class)을 분석했다.
역사상 위대한 팀들의 캡틴은 뛰어난 스타가 아니었다. 라커룸에서 감동적인 연설도 잘하지 못했다. 스포트라이트도 부담스러워했다. 그러나 그들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팀원들을 자극했다. 그들은 피를 흘리고 그라운드에 쓰러질 때까지 동료들을 몰아붙였다. 그림자 역할을 하면서 팀 내에서 궂은일을 도맡았다. 때로는 권력 앞에서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보이며 팀을 일순간에 변화시키기도 했다. 마이클 조던이나 펠레, 메시, 디마지오 같은 스타는 최고의 캡틴으로 꼽히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저자는 팀에 영감을 불어넣는 ‘현장 캡틴’의 대담하고 새로운 리더십이 성공을 불러온다는 조직이론을 제시한다. 기업으로 치자면 부서를 운영하는 중간간부에 해당된다. 손에 땀을 쥐도록 생생한 스포츠 현장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흥미진진하다.
전승훈 문화전문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