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양의지-삼성 구자욱-KT 강백호(왼쪽부터). 창원|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각각 부상을 당해 올스타전에 출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팬들을 향한 진심은 똑같았다. 양의지(32·NC 다이노스), 구자욱(26·삼성 라이온즈), 강백호(20·KT 위즈)가 모처럼 유니폼을 입고 팬들 앞에 섰다.
2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19 KBO 올스타전’의 식전 행사 중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선수단 팬 사인회였다. 궂은 날씨로 올스타전이 하루 연기됐고, 이날 오전도 먹구름이 가득했지만 팬들은 행사 시작 전부터 장사진을 치며 입장을 기다렸다. 구단을 대표해 올스타전에 출장한 이들은 팬들의 사인 및 사진 요청에 모두 미소로 응대했다.
올스타전에 출장하지 않는 선수들도 사인회에 참여했다. 양의지와 구자욱, 강백호가 그 주인공이다. 양의지는 12일 내복사근 경미한 혈종으로 재활군에 내려갔다. 후반기 시작 후 2~3주는 더 재활이 필요하다. 구자욱은 9일 경기에 앞서 1군 말소됐다. 7일 창원 NC전에서 다이빙 캐치 도중 왼 어깨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근육 미세 손상으로 아직 깁스 중인 상황이다. 강백호 역시 6월 25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수비 도중 구장 구조물에 손바닥 자상을 입었다.
양의지는 “2017년에도 베스트로 뽑혔는데 손가락 골절로 교체됐다. 못 가서 죄송한 마음이 너무 컸다. 올해는 팬들에게 작은 무엇이라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홈구장인 창원NC파크 개최가 양의지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그는 “새 구장 아닌가. 홈 팬들에게 해드릴 것이 사인뿐이라 오히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깁스를 한 채 사인에 임한 구자욱은 불편한 기색에도 연신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는 “원래 왼손으로 사인을 해드리는데…, 오른손이라 쉽지 않다”며 “팬 투표로 선정된 것 아닌가. 큰 명예를 주셨는데 사인회 참여는 당연하다. 올스타전 기간에 무의미하게 쉬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강백호는 “야구 인생 첫 부상이었다. 아쉽지만 팬 사인회라도 함께하게 돼 올스타 선정된 게 실감난다. 부상임에도 불러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일부 선수들은 올스타전 출전을 귀찮게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 특히 팬 투표로 출장하는 이들은 더욱 그렇다. 큰 영예를 안겨준 팬들에게 화답할 길은 좋은 기량과 팬 서비스다. 리그를 대표하는 양의지, 구자욱, 강백호의 행보가 반가운 이유다.
창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