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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비핵화 진전 불투명한데… 文대통령, 사실상 종전선언 규정

입력 | 2019-07-03 03:00:00

‘적대관계 종식’ 발언 논란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밝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전협정을 맺었던 역사적 장소에서 북-미 정상이 만난 것 자체가 적대관계의 선을 넘어섰다는 상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3차 북-미 정상회담을 북-미 평화시대의 시작이라고 평가한 데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체결한 남북 군사합의에 이어 이번 판문점 회담으로 사실상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이 완성된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새로운 단계에 들어설 때가 됐다는 뜻을 내비친 것. 특히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북-미 비핵화 대화의 선순환 구조를 강조하며 남북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돌파구 마련을 주문했다.

○ 文, “적대관계의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지난 일요일 우리 국민과 전 세계인은 판문점에서 일어나는 역사적인 장면을 지켜봤다”며 “정전협정 66년 만에 사상 최초로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두 손을 마주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정상이 특별한 경호 조치 없이 북한 정상의 안내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았다”며 “이로써 남북에 이어 북-미 간에도 문서상의 서명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관계의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밟은 것 자체가 남북에 이어 북-미 간에도 사실상 종전선언을 맺은 것이라는 얘기다. 앞서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담 당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상 종전선언을 천명한 역사적인 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남북미 종전선언 이후 본격적인 비핵화 진전을 통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로드맵을 구상해 왔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판문점을 회담 장소로 추천하며 남북미 3자 회담을 추진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이번 회담을 사실상의 종전선언으로 규정하며 “새로운 평화시대의 서막을 열었다”고 평가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2막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판문점 회담 등) 모든 일은 정상 간의 신뢰뿐 아니라 판문점 일대 공동경비구역이 비무장화되는 등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크게 완화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눈앞에 빤히 보이는 개성공단이 남북 경제와 우리의 안보에 가져다 주었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하노이 노딜 이후 막혔던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경협 확대를 다시 본격화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 남북관계 선순환론 강조하며 운전자론 재가동

하지만 하노이 노딜 이후 비핵화 해법을 두고 줄곧 평행선을 그려온 북-미가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인 만큼 종전선언으로까지 해석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북-미 정상이 판문점 회담에서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서두르지 않겠다”며 빅딜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여기에 미국 조야에선 “북핵 동결에 만족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면서 실무협상에서 ‘유연한 접근’ 가능성을 내비친 트럼프 행정부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규정을 놓고 하노이 노딜 이후 수면 아래로 내려간 ‘한반도 운전자론’을 재가동하며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한국의 기여를 언급하며 “남북관계의 개선과 북-미 대화 진전은 서로 선순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