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박흥식 감독대행.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선취점은 KIA 타이거즈를 완전히 다른 팀으로 바꾼다. 올해 KIA는 선취점 획득 여부에 따라 유례없는 승률차를 보이고 있다. 결국 타선이 문제라는 의미다.
스포츠에서 선취점은 종목을 가르지 않고 중요하다. KBO리그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타고투저’가 완화되며 한두 점의 중요성이 더 커진 올 시즌은 더욱 그렇다. 1일까지 전체 408경기를 치른 KBO리그에서 선취점을 따낸 팀은 승률 0.703(285승120패3무)을 기록했다. 직관적으로 따지면 선취점 획득은 승리의 7부능선을 넘게 만든 셈이다. 팀 승률이 높을수록 선취점을 얻었을 때 승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 선두 SK 와이번스는 선취득점시 승률 0.854(35승6패1무)로 이 부문 1위에도 올라있다. 반면 최하위 롯데 자이언츠는 선제 득점을 기록하고도 승률 0.585(24승17패)로 리그 꼴찌다. 어느 정도 비례곡선을 그리는 셈이다.
하지만 올 시즌 KIA는 유달리 선취점 의존도가 높다. 먼저 점수를 뽑았던 32경기에서는 승률 0.781(25승7패·3위)을 기록했다. 리그 전체 평균보다 8푼 가까이 높으며 ‘양 강’ SK와 두산 베어스 다음이다. 하지만 선취점을 빼앗긴 50경기에서는 승률 0.163(8승41패1무)로 최하위다. 선제 실점 후 승률 1위 LG 트윈스(0.476)의 3분의1 수준으로 열악하다.
KIA의 선제 득점과 실점시 승률차는 무려 0.618이다. KBO리그 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이는 KBO리그 출범 이래 가장 큰 차이다. 종전 기록은 2000년 현대 유니콘스로 선취점시 0.905, 선실점시 0.319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압도적인 전력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현대의 편차 0.586보다 올해 KIA의 차이가 3푼 가까이 높다.
박흥식 감독대행도 이 점을 염려하고 있다. 박 대행은 “투타의 엇박자가 눈에 띈다. 확실한 에이스가 등판하더라도 타선이 터지지 않으며 아쉬운 결과가 나온 게 여러 차례”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축 타자들의 부상에 노쇠화가 겹치며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KIA의 후반기 과제는 두 얼굴 줄이기다. 물론 선취점을 빼앗기고도 승리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쪽으로 차이를 줄여야 한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