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음악/에드워드 사이드 지음·이석호 옮김/584쪽·3만2000원·봄날의책
저자의 동료라 할 음악이론가들도 창날을 피할 수 없다. ‘베토벤은 4온스만큼, 바그너는 2온스만큼 고귀하다는 식이라니, 음주운전자 혈중 알코올 수치라도 된다는 말인가.’ 악성(樂聖)들의 신전 위칸에 모셔진 작곡가들조차 호된 소리를 듣는다.
문학평론가이자 문명비평가였던 저자는 1986년 이후 ‘더 네이션’지의 음악평론가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이 책은 특정한 주제 없이 그가 접한 콘서트에, 음악축제에, 신작에 대해 날카로운 펜을 든 평론들의 모음이다. 거의 매번 가차 없는 독설을 퍼부으면서 평론가로서의 평판을 유지했다는 것은 그의 음악적 지식도 문학과 문명에 대한 것 못지않게 해박했으며 관점이 냉철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그의 시각은 로고스(logos·논리) 우위적이며 친(親)모더니즘적이고, 묘한 방식으로 계몽적인 미학자 아도르노의 지점에 가깝다. 다만 모든 음악 팬이 이러한 관점에 설득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자신의 텍스트에 거리를 두며 읽은 독자를 이 저자는 더 기뻐했을 듯하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