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에서 말의 책임감이란 고전적 원칙이 사라지고 있다. 트럼프에게 말은 협상에 앞서 벼랑 끝까지 상대방을 몰고 가는 수단이다. 말의 내용보다 자극하거나 무마하는 말의 효과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구별하기 어렵고 하룻밤 사이에 말을 뒤집기도 한다.
▷미국인의 62%도 이런 트럼프가 불편하다고 여긴다. 경제 활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폭스뉴스 조사에서는 민주당의 주요 도전자가 모두 트럼프를 이기고 특히 바이든은 10%포인트의 가장 큰 격차로 트럼프를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경제 활황이라도 좋은 일자리는 많이 늘지 않았을 수 있다. 최근 갤럽 조사에서 응답자의 40%만이 트럼프의 일자리 성과에 긍정적 반응을, 55%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게다가 경제는 활황을 끝내고 하락 조짐을 보여 트럼프가 점수를 얻을 여지가 줄고 있다.
▷미 대선까지는 아직 1년 4개월 넘게 남았다. 2016년 대선 6개월 전까지도 거의 아무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리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당시로는 미국인은 트럼프가 어떤 대통령이 될지 알 수 없었다. 지금 미국인들은 그때보다 트럼프를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좋은 식으로 그를 더 잘 알고 있지는 않다.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사 중에는 트럼프에게 거는 사람이 적지 않다. 미국에서 재선에 나선 대통령은 대개 이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3년 전 뒤집힌 예상이 이번에는 뒤집히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