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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작년 北에 병원 지어주려다 포기

입력 | 2019-06-07 03:00:00

9월 평양 정상회담 이후 추진
대북제재 저촉돼 불가능 결론… 병원선 파견도 논의했지만 무산
北, 돼지열병 방역협력 외면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이후 우리 정부가 북측에 병원 설립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병원을 지을 경우 돈과 기자재가 북한에 반입돼 대북제재에 저촉될 수 있는 만큼 나중에는 병원선(船) 파견을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평양공동선언문을 근거로 병원 설립을 추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공동선언문은 ‘남과 북은 전염성 질병의 유입, 확산 방지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 강화’(2조 4항)를 담고 있다. 실제로 현재 평양을 제외한 대부분의 북한 지역에는 설비, 의약품 등 의료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북측에 병원 설립 지원을 검토했으나 첨단 장비 반입과 기술 이전을 금지하는 현행 대북제재 아래에선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냈다. 이후 관계 부처 회의를 열어 대북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배 안에 병원을 지어 북한으로 보내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헌법상 북한의 영해(領海)는 대한민국의 영토이므로 배 안에 병원을 지어 보내면 제재와 무관하다고 판단한 것. 하지만 북-미 교착 국면에서 현실성 없는 방안으로 결론 났고 ‘병원선 보내기’ 프로젝트는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당국 차원에서는 (병원 관련은) 논의한 바 없다”며 “지난해 9월 보건·의료 실무협의를 진행했지만 전염병 방역체계, 백신 등을 우선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병원 설립 및 병원선 파견이 무산된 후 북한은 기타 보건 및 의료 분야 남북 협력에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추진하려다가 무산된 타미플루 지원이 대표적이다. 인도적 이유로 우리 정부는 한미 워킹그룹 제재 면제를 받아 타미플루 지원을 결정했으나 사실상 북측의 거부로 성사되지 못했다. 또 정부가 지난달 31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남하를 막으려고 방역 협조를 요청했으나 북한은 6일째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