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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명운 건다더니…‘버닝썬 수사’ 152명 인력 투입했는데 빈손

입력 | 2019-05-15 21:18:00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손님 김모 씨(28)가 경찰과 이 클럽 간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버닝썬’ 연관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돼 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5일 버닝썬 연관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수가가 막마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1월 30일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152명의 인력을 투입해 세 달 넘게 관련 의혹을 파헤쳐 왔지만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아이돌 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은 14일 기각됐다. 이른바 ‘승리 단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언급돼 유착 의혹의 핵심으로 꼽혔던 A 총경에 대한 처벌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버닝썬 수사를 두고 ‘요란한 빈수레’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은 일본인 투자자 일행을 위해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승리를 3월 10일 성매매 알선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경찰은 이후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승리를 11차례 불러 조사했다. 방문 조사도 한 차례 있었다. 경찰은 승리에 대해 성매매와 성매매 알선, 횡령, 식품위생법 위반 4가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승리를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불법 촬영물을 유포 혐의로도 입건했지만 피해자 확보에 실패해 구속영장 범죄사실에 포함하지 못 했다. 관련자 제보를 토대로 승리의 마약 투약 의혹에 대해서도 내사가 진행 중이지만 구체적인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15일 브리핑에서 “승리에 대한 영장 재신청 여부는 언급하기 어렵다”며 “다음 달 검찰 송치를 목표로 (마무리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5일 현재 유착 의혹으로 입건된 경찰관은 8명, 내사자는 3명이다. 경찰은 이중 계급이 제일 높은 A 총경을 수사하는데만 관련자 50명을 불러 모두 93차례에 걸쳐 조사했다. ‘승리 카톡방’ 멤버들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된 A 총경은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직권남용 등의 의혹이 제기돼 수사를 받아왔다. 하지만 경찰은 A 총경이 승리와 승리의 동업자 유모 씨(34)가 서울 강남구에 차린 라운지클럽 ‘몽키뮤지엄’이 2016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신고를 당했을 때 강남경찰서 직원을 통해 사건 내용을 알아봐 준 혐의(직권남용) 대해서만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뇌물수수 혐의는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해 입건조차 하지 못했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형사처벌 기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A 총경은 유 씨와 골프를 4차례 치고 식사를 6차례 같이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A 총경이 유 씨로부터 받은 접대 비용의 총액수가 268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 여부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 원, 1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았을 때 처벌하도록 돼 있다.

세 달 넘게 이어진 ‘버닝썬 수사’에 대한 비판의 의견도 나온다. 직장인 이모 씨(29)는 “수사 초기에는 다 밝혀낼 것처럼 하더니 정작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뭐 하나 명백히 드러난 게 없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경 수사권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봐주기 수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억울해 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과 검찰이 수사 상황을 꼼꼼히 지켜보는 상황에서 제식구 감싸기식 수사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