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 불꽃 튀기도…어깨 총상 환자 응급실로" "헬기공격 두 차례"…39년 전 5월 실상 증언 이어져 다음 재판도 시민 6명 상대 증인신문… 6월10일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한 시민들이 전두환(88)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그 날의 실상을 증언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부장판사 장동혁)은 13일 오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전 씨는 재판장의 허가에 따라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첫 번째로 증인석에 앉은 김모씨는 “1980년 5월21일 오후 평소 친분이 있던 아놀드 피터슨 목사가 걱정돼 그가 머물고 있던 양림동 선교사 마을을 찾았다. 그때 피터슨 목사는 자신의 집 2층에서 상공에 떠 있던 헬기사진을 찍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피터슨 목사가 ‘어떻게 헬기에서 시민을 향해 사격을 할 수 있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당시 해군 대위로 군의관 신분이었으며, 휴일(석가탄신일)을 맞아 양림동 근교 자신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피터슨 목사의 집에 도착 했을 무렵 나도 헬기사격을 목격했다.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드르륵’ ‘드르륵’ 소리가 났다”고 밝혔다.
김 씨는 검사가 제시한 500 MD 헬기와 UH-1H 헬기 사진 중 500 MD 헬기 사진을 지목했다.
아놀드 피터슨 목사는 침례교 선교사로, 1975년부터 1981년까지 광주에서 활동했다.
‘당시 승려 신분이었다’는 이모씨는 두번 째 증인으로 출석해 “1980년 5월21일 차량을 타고 가다 헬기공격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화운동에 참여, 플래카드를 만들고 이를 차량 등에 내거는 일을 했다. 3∼4명과 함께 광주천변 도로를 지나던 중 헬기가 일행이 타고 있던 차량을 향해 총을 쐈다. 총알을 피하기 위해 운전자가 지그재그로 운전했다. 총알이 떨어진 도로에 불꽃이 튀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차량 주변 인도 옆에 여고생(추정)이 어깨에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다. 과다출혈로 사망할 것 같아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적십자 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은 환자들로 가득했다. 병원 바닥에 피가 흥건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 씨는 “지상에서 사격을 한 것이 아니다. 분명 헬기에서 사격한 것이다. UH-1H 헬기로 기억한다. 군 경험상 기관총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증인으로 채택된 주부 정모(여) 씨는 “1980년 5월21일 옛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에서 계엄군이 쏜 총탄에 남편이 상처를 입었다는 소식을 듣고, 남편이 치료중인 병원으로 향하던 중 계엄군 헬기로부터 3차례 (위협) 사격을 당했다”고 밝혔다.
정 씨는 “시위대의 차량을 얻어 타고 병원으로 향하던 중 헬기가 차량을 계속해 따라오며 사격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당시 차량에 함께 탔던 인물 중 한 명이 앞서 증언에 나섰던 이 씨였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게 됐다”며 “그동안 TV에서 5·18 뉴스만 나오면 전원을 꺼버렸다. 그 날의 고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전 씨 측의) 헬기사격이 없었다는 취지의 뉴스를 보고 이 자리까지 서게 됐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증인 최모씨는 “5월21일 오후 500 MD 헬기가 동체 좌측에 장착한 7.62㎜ 기관총을 10~20초 가량 발사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헬기 기수는 금남로를 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제1항공여단 502항공대에서 정비병으로 근무했으며, 1979년 제대한 뒤 광주에 머물렀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들 중 3명은 39년 전 목격한 헬기를 500 MD로 지목했다.
전 씨의 변호인은 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들의 증언을 조목조목 되짚는 등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다.
다음 재판은 오는 6월10일 오전 10시이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한 또 다른 시민 6명이 증인석에 앉는다.
전 씨는 2017년 4월에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 고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5월3일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