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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실태 첫 객관적 분석… 통계자료 A4 70만장 분량

입력 | 2019-04-22 03:00:00

[전관예우, 반칙이고 범죄입니다]
수임자료 개인정보 있다고 비공개… 본보, 작년부터 공익목적 공개요청
법조윤리협, 법 취지 맞춰 제공




“미세먼지 농도를 모른 채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과 같다.”

서울 서초동 한 로펌의 변호사는 전관 변호사에 관한 제대로 된 통계 없이 전관예우 논쟁이 거세지는 현 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

전관예우(前官禮遇)는 1961년 우리말 큰사전에 ‘장관급 이상의 고위 관직에 있었던 사람에게 퇴임 후에도 재임 때와 같은 예우를 베푸는 일’이라는 뜻으로 처음 등재됐다. 1980, 90년대를 거치면서 ‘퇴직한 판검사가 수임한 사건을 후배인 현직 판검사가 봐주는 것’으로 취지가 변질됐다. 이후 30, 40년간 법조 비리가 간간이 터질 때마다 전관예우 문화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전관예우 전반에 대한 객관적인 실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으니 전관예우의 존재 유무부터가 항상 논쟁거리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2016년 12월 전국 법원장회의에서 “전관예우의 관행이 있음을 단호히 부정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취임식에서 “전관예우가 없다고 외면할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2007년 7월 출범한 법조윤리협의회는 그해부터 전관변호사(공직퇴임 변호사)의 수임 명세를 심사해 왔다. 하지만 수임 명세에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관련 자료를 비공개하라는 현행법에 가로막혀 왔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8월 처음 법조윤리협의회에 전관 변호사의 수임 목록과 수임 건수 등에 대한 상세 자료를 요청했지만 비공개 통보를 받았다. 같은 해 9월 동아일보는 국회의원을 통해 자료를 재차 요청했다. 두 달 뒤인 11월 “전원회의 안건으로 부의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지만 변호사법의 비밀누설금지 조항에 따라 공개하기 어렵다”는 법조윤리협의회의 회신을 받았다.

올해 초부터 감독 기관인 법무부, 법조윤리협의회 측에 수차례 전관 변호사의 수임 명세 등을 다시 요청했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법조윤리협의회로부터 원데이터를 분석한 자료를 처음 확보했다. 개인정보 공개 불가라는 현행법의 취지를 살리면서 전관예우의 실태를 국민에게 알리겠다는 공익적 차원을 강조한 결과다. 원데이터는 한 해 2000여 명에 달하는 전관 변호사 등의 7년 치 자료로 A4 용지 70만 장에 달하는 분량이다. 1t 트럭 몇 대에 나눠 담아야 할 정도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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