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본격 재편 신호탄 주목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진흥공사는 11일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이 사업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두 업체는 주로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역내(인트라아시아) 항로에서 사업을 펼쳐 왔다. 이들 회사가 합병하면 선복량이 8만826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로 늘어 현대상선(43만7758TEU), 고려해운(15만2231TEU)에 이은 국내 3위 업체가 된다. 세계 무대에서도 현대상선(9위), 고려해운(14위), SM상선(20위)에 더해 세계 20위 내 대형 선사가 하나 더 늘어난다.
통합 법인은 중복된 노선을 하나로 줄여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신규 항로에 유휴 선박을 투입하는 등 선사 운영을 기존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운임이 낮아져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세계 컨테이너 시장은 ‘머스크’ 등 세계적인 선사들의 공격적인 영업 확대와 대만 등 기존 시장 강자들의 중소형 컨테이너선 대거 발주 등으로 ‘치킨게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반면 국내 해운산업은 2015년 39조 원이던 매출액이 이듬해 28조8000억 원으로 10조 원 이상 줄어든 뒤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매출액은 약 32조4000억 원이었고 지난해도 그보다 조금 높거나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도 3일 취임사에서 “한진해운의 파산 이후 국내 해운산업 재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금상선과 흥아해운 두 선사는 15일부터 사전 운영 협력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사무실을 전면 통합하고 항로 공동 운영, 전산 시스템 통합 등 통합 법인 운영에 착수한다. 올해 10월까진 통합 법인 설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해양진흥공사 측은 구체적인 지분은 추후 두 회사의 가치 평가를 진행한 뒤 결정된다”며 “국적 선사 간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통합 전후로 양사에 필요한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선사 간의 자율적인 통합은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는 등 한국 해운의 새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윤철 한국해양대 교수는 “글로벌 해운사들도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며 “이번 통합으로 항로가 가까운 아시아권에서 경쟁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