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軍, 산책로 폐쇄 싸고 신경전 주변 개발로 2년간 열차운행 중단… 입소문 타고 年61만명 찾는 명소로 개발 끝나자 軍 “운행 재개 방침”… 구로구는 “이참에 철길 폐선하라”
26일 서울 구로구 항동 철길에서 산책하는 시민들. 2∼3년 전부터 고즈넉하면서 사진 찍기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열차 운행 재개를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곳은 서울 구로구 ‘항동 철길’이다. 언뜻 보면 폐쇄된 철길 같지만 실은 일시 운행을 중단한 군용 철로다. 구로구 오류동에서 시작해 경기 부천, 광명을 거쳐 시흥 군부대까지 가는 총연장 11.8km 군용철도인 오류선의 일부다. 동네 이름이 항동이다.
항동 철길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속앓이를 하고 있다. 당초 항동 철길은 주 한두 차례 군수용품 수송열차가 다녔다. 그러던 2016년 9월 주변에서 SH공사가 항동공공주택지구 개발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 사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운행을 잠정 중단했다.
항동 철길을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처럼 만들고 싶어 하는 구로구는 군용 철도를 폐선(廢線)으로 만들자고 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군수품 수송하자고 서울 시민의 명소가 된 항동 철길을 막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운행을 재개하더라도 열차 운행 시간에만 철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지 완전히 통행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구로구 관계자는 “철길 옆으로 주택이 들어서고 차량이 많이 다니는 등 군용 철도로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폐선이나 운행 중단을 연장하자는 구로구의 요청을 거부했다. 육군 수송사령부 관계자는 “그동안 철도보다 2, 3배 비싼 수송 비용을 SH공사에서 보전해줘서 육로 수송이 가능했다. 비용 보전 없이 폐선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시민의 사랑을 받는 장소인 만큼 민관이 함께 철로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26일 항동 철길을 찾은 조안나 씨(34·여)는 “철길 주변 나무가 울창해지는 봄부터 여름까지 주말이면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일주일에 한두 번 다니는 군용 열차 때문에 폐쇄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조 씨의 친구 정철휘 씨(39)는 “아무리 명소가 됐다 해도 이 철길은 원래 국방부가 이용하던 것이다. 또 시민의 안전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