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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선입관을 생기게 하지 말라”며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2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 등 3명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준비절차라 지난달 열린 보석심문에 출석한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변호인만 출석한 채 법정에 나오지는 않았다.
통상적으로 1차 공판준비기일은 검찰이 공소사실을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소사실 낭독은 실제 공판절차인 공판기일에 하고 오늘 공판준비기일에서는 공소사실 낭독을 생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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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찰이 기소할 때 공소장에는 사건에 관해 법원에 선입견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재판부는 공소장에 기재된 전교조 법외노조 재판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 등을 예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 부분 공소사실 관련해서 ‘한편 주심 대법관 고영한이’라고 나오는데, 기본적으로 고 전 대법관에 대해 기소된 것은 없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고 전 대법관도 이 사건 피고인이지만 세부적인 공소사실은 기소된 피고인도 있고 안 된 피고인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하고 직접 관련이 없어서 불필요하거나 법관에게 피고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관이나 편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부분을 그대로 두는 상태에서 재판하는게 맞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명확하게 하는 부분에 대해 다 (언급)한 것은 아니고 지금 몇가지 예만 들었다”며 “기소된 공소사실하고 직접 관계되지 않으면서 너무 장황하게 불필요하게 기재된 부분(이 있고) 공소제기 취지가 약간 불분명한 부분 등도 말한 것 이외에도 몇군데 더 있다. 공판절차에 들어가기 전 정리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 저희 재판부가 협의해서 정식으로 서면을 통해 지적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그부분에 대해서 한 번 검토해보고 이건 일종의 공소장 변경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라며 “괜찮겠다 하면 변경해주고 반드시 공소장 변경요구에 응할 의무는 없다. 검찰이 ‘변경이 필요 없다’, ‘우리는 이대로 가겠다’고 생각한다면 반드시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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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직권남용 행위의 상대방이 있어야 하는데 공소장에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고 전 대법관 측은 “이 사건 대부분 상대방으로 기재된 심의관들, 연구관들이 상대방인지 의문이 있다”며 “상관들의 잘못된 생각이 혹시라도 있었으면 거기에 대해 내가 양심적, 도덕적으로 동의 안 한다는 생각으로 자기 보고서를 쓸 의무가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가를 법적 판결에 기초해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대법원에서 지금까지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로 판단한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한데, 이 사건은 극소수 사례와 다르다”며 “피고인들 공소사실 관련 양 전 대법원장이 2011년부터 6년 기간 동안 여러가지 동기나 목적으로 행한 범행이고 지휘체계, 공모관계도 다양하다. (범행이) 은밀히 조직적, 장기적, 반복적으로 이뤄진 성격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는 정확한 경위를 설시하지 않으면 왜 직권남용인지 또 피고인들이 도대체 뭘 방어할지 방어권 행사에 장애가 되는 측면이 있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피고인들이 어떤 범행에 가담해 직권을 남용했는지 전후사정이나 범행동기, 경위를 자세하게 설명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향후 공판기일에서 다섯 갈래로 나뉜 공소사실 별로 증거조사를 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우선 각 주제 별로 바로 조사가 가능한 증거 서류부터 먼저 조사하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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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 개입 혐의, 법관 부당 사찰 및 인사 불이익 혐의,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및 동향 불법 수집 혐의,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집행 혐의 등 47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