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수치 보이죠? 지금 고도가 높아 수치가 낮은 거예요! 이따 내려갈 때는 수치가 올라갈 겁니다!”
21일 오후 1000m 상공을 비행 중인 미세먼지 관측항공기 ‘한서 에코’ 안. 안준영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이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불완전연소 물질인 블랙카본 분석기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기계음이 워낙 큰 데다 시속 40㎞ 강풍에 비행기가 이리저리 흔들려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블랙카본 분석기의 수치는 60~80ng(나노그램·1ng은 10억분의 1g)을 오갔다.
환경과학원은 이날 충남 태안군 한서대 태안비행장에서 미세먼지 관측항공기를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미세먼지 프로젝트 사업단이 지난해 하반기 한서대 소유 비행기를 미국과 대만 등에서 개조한 뒤 이달 1일 들여온 것이다. 환경과학원 연구진은 9일부터 시범비행을 하고 있다. 이 항공기로 4월까지 예산 12억 원을 들여 100시간가량 미세먼지 관측에 나설 계획이다. 기자는 이날 한서 에코를 타고 40여 분간의 시험비행에 동행했다.
기자는 출발 전 천장에 달린 에어로졸(먼지) 채취 관에 머리를 부딪혔다. 비행기는 이전보다 커졌지만 온갖 장비가 실려 이동 공간은 매우 좁았다. 창문에 달린 ‘가스 인셋’이라고 불리는 채취 관도 눈에 띄었다. 이 관을 통해 대기 중 일산화탄소(CO)나 암모니아(NH3) 등을 포집하게 된다.
미세먼지는 보통 약 300m 높이에서 관측하지만 이날은 구름이 잔뜩 껴 1000m 높이에서 비행했다. 고도가 높다 보니 오염 수치는 낮았다. 하지만 비행기가 1000m에서 750m로 내려오자 60~80ng이던 블랙카본 농도가 150~180ng으로 높아졌다. 비행기가 움직일 때마다 모니터의 그래프가 춤추듯 널뛰었다.
관측기는 북쪽으로 올라가 서산시 인근을 비행한 뒤 다시 남쪽으로 내려와 보령시를 찍고 태안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로 미세먼지가 어디서 만들어져 어떻게 이동하는지 관측하게 된다. 장윤석 환경과학원장은 “미세먼지의 유입 경로와 발생 원인을 밝히는 게 이 관측기의 운영 이유”라며 “여기서 만든 과학적 데이터들은 나중에 중국과의 미세먼지 협상 테이블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태안=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