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가족 명의 차명 재산 환수에 골머리 '명의신탁' 대법 판례 변경 따라 공매 영향 이순자씨 등 가족, 집행 이의 신청 등 진행
미납 추징금 1030억원을 못내겠다며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버티기에 나선 전두환(88) 전 대통령 부부가 명의신탁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론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대법원이 기존 입장을 바꿔 ‘명목상 소유자’가 부동산을 계속 보유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전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씨 명의로 된 연희동 자택을 검찰이 환수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부동산 실소유자 A씨가 명의자 B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 상고심 사건을 심리 중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지난달 공개변론을 열었다.
부부 사이에는 명의신탁이 예외적으로 허용되긴 하지만, 전 전 대통령처럼 강제집행을 면하거나 법령상 제한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경우에는 소유 관계를 무효로 하고 처벌한다.
환수대상이 된 연희동 자택의 경우 전 전 대통령 부인 이씨 명의로 돼있다. 검찰은 이씨가 명의자일 뿐 실소유주는 전 전 대통령이기 때문에 범죄수익 환수 대상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바뀌면 연희동 자택 등기 명의를 가져오지 못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
문제는 검찰이 연희동 자택 실소유주가 전 전 대통령이라는 점을 확인받고, 공매 절차에서 새로운 주인이 명의를 넘겨받는 과정이다. 공매는 경매와 달라서 주택을 구입한 사람이 바로 소유자가 되는게 아니라 명의자인 이씨를 상대로 등기를 이전해달라는 소송을 내야 한다. 현재까지 대법원은 이 경우 명의자가 실소유자에게 등기를 이전해줘야 한다고 판결하고 있다.
하지만 판례가 바뀐다면 부동산실명법에도 불구하고 이씨가 그대로 명의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연희동 자택을 구입하고도 이씨를 상대로 명의를 원래대로 해놓으라고 할 수 없다면 실제 공매에 나설 이유가 없어진다.
부동산실명법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빌려준 사람이 등기 이전을 거절 할 수 있는지를 대법원이 검토하고 있는 이유는 민법상 ‘불법 원인 급여’ 조항 때문이다. 민법상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계약은 무효지만 불법을 유발한 사람이 재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없도록 한다.
이씨 측 대리인 정주교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조금 있으면 명의신탁 재산을 누구 재산으로 하냐는 판결을 할텐데 굉장히 중요한 판결”이라며 “이 사건도 영향을 받을텐데 검찰이 집행을 하려면 명의를 전 전 대통령 명의로 돌리는 절차를 먼저 해야 하고, 그러고나서 전 전 대통령 재산으로 집행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2013년 당시 장남 전재국씨가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이 맞다’고 진술하고, 전 가족을 대표해서 재산 리스트를 제출했다”며 “이에 대해 아무도 지금까지 이의를 안 하고 전부 인정했는데 이제 와서 이씨의 마음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권력에 기반해서 기업가들로부터 갈취한 뇌물로 만든 토대 위에서 살고 있는 것인데 국민에게 한 약속을 뒤집고 다른 환수대상자들과는 달리 특혜를 주장하는거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씨와 며느리 이윤혜씨 등이 낸 집행이의 신청은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가 심리 중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유진형)와 행정6부(부장판사 이성용)에는 이씨가 낸 공매처분 취소소송과 이윤혜씨가 낸 압류 무효소송도 각각 계류돼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