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정면충돌 정국 급랭
당당 vs 심각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 사진 왼쪽)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서며 방청 온 지역구 주민들에게 주먹을 불끈 쥐며 화답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 사진 오른쪽)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이날 본회의장에서 나 원내대표의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대한 대응책을 상의하고 있다. 뉴시스
○ “한미동맹 별거” 지적에 소란 시작
나 원내대표가 연설 전반 10여 분을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은 위헌이며 헌정 농단”이라며 경제정책 비판에 할애했을 때만 해도 여당은 조용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가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한미 양국이 별거 수순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별거가 언제 이혼이 될지 모른다”고 하자 한 여당 의원이 “(한국당은) 미국 없으면 죽을 것 같아요?”라고 큰 목소리로 야유하며 본회의장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반응이 격해지자 홍영표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석 앞으로 뛰쳐나와 문희상 의장에게 연설 중단을 요구했지만 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가 곧바로 따라 나와 제지했다. 여러 차례 양당 지도부가 의장석 앞으로 뛰쳐나오자 나 원내대표는 “이런 태도가 이 정권의 오만과 독선”이라고 원고에 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문 의장은 “말이 안 되는 소리라도 경청해서 듣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했다. 나 원내대표의 연설은 전날 민주당 홍 원내대표 연설(43분)보다 13분 더 긴 56분 만에 마무리됐다.
○ 한국당은 “국가원수 모독죄는 없다”며 반발
민주당은 본회의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나 원내대표를 성토했다. 이해찬 대표는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죄”라며 “냉전 체제에 기생하는 정치세력의 민낯을 보는 듯하다”고 했다. 당 정책위의장인 조정식 의원은 나 원내대표에게 “즉각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원내대표를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자유한국이 아니라 ‘자유방종당’”이라면서 “대통령의 국익을 위한 외교활동을 방해하는 국익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했다.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을 학대한 나치보다 더 심하다는 생각”(이인영 의원)이라는 등의 발언도 이어졌다. 청와대도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박하며 격앙된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의 입장 발표는 문 대통령에 대한 보고 전에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가원수모독죄는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았고 대신 형법 104조 2항에 국가모독죄라는 규정이 있었다. 심지어 국가모독죄는 1975년 3월 만들어졌지만, 유신정권에 대한 비판 차단에 악용됐다는 비판 속에서 1988년 12월 여야 합의로 폐지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미 30여 년 전 삭제된 조항을 되살리겠다는 것인지, 누가 군사 독재적 발상과 과거의 정치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인지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전략은 나경원 원내대표를 (보수의) 잔다르크로 만들어 주고 있다”며 “야당 원내대표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듣고 비난, 비판할 수 있다. 판단은 국민 몫이다”라고 했다.
최우열 dnsp@donga.com·강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