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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휴수당 안줘도 되는 ‘쪼개기 알바’ 급증… 청년들 ‘저임 고통’

입력 | 2018-12-26 03:00:00

[최저임금 시행령 후폭풍]임금 되레 줄어드는 ‘정책의 역설’




3년간 식당에서 일하던 정모 씨(62·여)는 최근 일을 그만뒀다. 업주가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크니 주말만 나와서 일하라”고 통보해서다. 원래 하루 6시간씩 일주일에 3일을 일했는데 주말 이틀만 하루 7시간씩 나오라는 얘기였다.

사정은 이렇다. 기존에는 주당 근로시간이 18시간이어서 주휴수당까지 더한 임금을 받았다. 3일 일하고도 4일 치 임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시급 7530원)이 16.4%나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 업주는 주휴수당이라도 줄이고 싶었다. 업주 제안대로 주당 근로시간이 14시간이면 주휴수당 없이 이틀 치 임금만 주면 된다. 정 씨는 “그렇게 하면 월급이 너무 많이 줄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 월급 더 받도록 하는 주휴수당의 ‘역설’

정부가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산정 근로시간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을 강행하면서 사용주들은 ‘인건비 폭탄’을 떠안게 됐다. 내년도 최저임금(시급 8350원) 인상분(10.9%)에 실제 일하지 않은 주휴시간까지 임금을 줘야 최저임금법을 지킬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영세 자영업자는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형태로 ‘인건비 폭탄’을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상 주휴수당은 주당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5시간씩 3일 일한 근로자는 주휴수당을 포함해 매주 4일 치 임금을 받을 수 있지만 하루 2시간씩 5일 일한 근로자는 주당 근로시간이 10시간이어서 주휴수당을 받을 수 없다.

결국 최저임금법 개정 시행령이 내년 1월 1일 시행되면 저임금 근로자와 청년들이 오히려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약계층이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착한 정책’이 역설적으로 취약계층을 오히려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한다는 얘기다.

○ ‘쪼개기 알바’로 대응하는 업주들

PC방 업주 홍모 씨(34)는 원래 아르바이트생을 2명 고용했다. 본인과 가족, 알바 2명이 8시간씩 교대로 근무하는 방식이었다. 직원들에게는 주휴수당과 4대 보험료를 꼬박꼬박 챙겨줬다. 그러나 최근 본인과 가족의 근무시간을 늘리면서도 알바를 8명이나 채용했다. 그 대신 알바의 근무시간은 종전 하루 8시간, 주 6일 근무에서 1명당 하루 4시간, 3일로 제한했다.

이렇게 하면 1명당 근로시간이 주 12시간으로 줄어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특히 산재보험을 제외한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의 의무 가입도 면제된다. 홍 씨는 “인건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거 최저임금이 낮았을 때는 주휴수당을 둘러싼 논란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졌고 이른바 ‘쪼개기 알바’를 쓰는 업주가 급증하고 있다. 결국 최저임금 급등과 주휴수당 여파가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잘게 쪼개는 상황을 만든 셈이다.

○ ‘초단시간 근로자’는 이미 급증세

최저임금 인상에 ‘쪼개기 알바’로 대응하는 업주가 늘면서 ‘초단시간 근로자’는 이미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은 주 17시간 미만을 초단시간 근로자로 집계하는데 11월 기준 151만2000명이다. 2016년 11월(125만7000명)과 비교해 2년 새 20.3%(25만5000명) 급증했다. 올해 8월에는 방학 중 알바들이 쏟아지면서 183만 명으로 8월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개정 시행령이 시행되면 월급을 주던 사업장도 시급제로 전환한 뒤 근로시간을 쪼갤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 때문에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18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영세사업자의 주휴수당을 폐지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야권은 주휴수당 폐지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주휴수당은 법이 정한 원칙”이라는 입장 외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