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보석 논란’ 이호진 前회장 재판 출석
보석 등으로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12일 재파기 환송심 첫 공판을 마친 뒤 법원종합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뉴스1
이 전 회장은 12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영준) 심리로 열린 자신의 조세포탈 혐의 등에 대한 재파기 환송심 첫 재판에 출석했다. 검찰의 보석 취소 요구에 이 전 회장 측이 보석 유지로 맞서며 양측은 법정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암 투병 중인 수감자의 구체적인 수치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검찰은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에 288명의 암 환자가 수용돼 있다. 이 중 이 전 회장처럼 간암 환자는 63명이며, 3기 이상의 위독한 환자는 16명”이라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간암 3기 환자’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건강 상태가 비슷한 다른 암 환자처럼 이 전 회장이 구속 상태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반면 이 전 회장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보석은 피고인이 재벌이라는 신분 때문에 특혜를 받는 게 아니라 정당한 법 집행의 결과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미리 준비해온 PPT 자료를 통해 “피고인이 그동안 재판에 지장을 초래한 적이 없는데, 도주 우려가 있다는 것은 검찰의 기우”라고 주장했다.
이 전 회장이 음식점과 술집 등에서 떡볶이를 먹거나 음주와 흡연을 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는 보도에 대해 이 전 회장의 변호인은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몰라도 일반 국민은 ‘무슨 재벌이 떡볶이를 먹나’라고 불쌍하게 보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변호인은 또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보도는 재판 독립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재벌 회장이라는 걸 떼고 생각해 달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하명’에서 시작됐으며, 특히 ‘황제 보석’ 논란에 배후 세력이 있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라고 맞섰다.
40분 넘게 공방을 이어간 변호인 측은 이 전 회장이 여전히 의사의 진료와 약물 투여 등이 필요한 상태라며 구체적인 건강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비공개 재판을 요청했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20여 분간 비공개 재판이 진행됐다.
이 전 회장은 감색 정장에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쓴 차림으로 법정에 나왔다. 혼자서 거동하는 데 문제가 없는 듯 휠체어는 이용하지 않았다. 재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선 이 전 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라고만 답했다. 이 전 회장은 이후 취재진을 뚫고 준비된 차량에 탑승해 법원을 떠났다.
앞서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올 10월 이 전 회장의 공소사실 중 ‘조세포탈 혐의를 횡령 혐의와 분리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6억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윤수 ys@donga.com·이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