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이번에는 베트남에 붉은 물결을…끝을 향하는 박항서의 도전

입력 | 2018-12-11 09:28:00

베트남, 11일 오후 9시45분 말레이시아와 스즈키컵 결승 1차전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10년 만에 스즈키컵 우승에 도전한다. © News1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한반도 전체가 붉은 물결로 넘쳤던 2002 한일 월드컵 ‘꿈은★이루어진다’ 스토리의 조연이다. 당시 박 감독은 ‘히딩크 사단’의 코치로 4강 신화에 일조했다.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첫 골을 터뜨린 황선홍 전 FC서울 감독이히딩크 감독이 아닌 박항서 코치에게 달려가 안겼을 정도로 가교 역할에 능했던 인자한 코치였다.

그로부터 시간이 훌쩍 지난 2018년 겨울, 지도자 박항서가 또 다시 붉은 물결의 소용돌이 속에 서 있다. 그때와는 배경이 다소 다르다. 장소는 한국이 아니라 베트남이고 이제 지도자 박항서는 보조자 코치가 아닌 사령탑을 쥔 감독으로 당시에 버금가는 신화의 완성을 준비하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11일 오후 9시45분(이하 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말레이시아와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1차전을 치른다. 대회는 준결승부터 홈&어웨이 방식으로 펼쳐지고 있으며 결승 2차전은 오는 1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18일 오후 경기도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 News1

베트남 축구사에 있어, 그리고 박항서 감독의 축구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 아닐 대결이 곧 시작된다.

지난 1996년부터 시작된 스즈키컵은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동남아시아 최고의 축구대회로, 베트남 축구협회는 이 대회의 정상을 되찾고 싶다는 열망과 함께 한국인 지도자 박항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베트남은 지난 2008년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 이후 스즈키컵 결승전을 밟지 못하고 있다. 일단 ‘파이널 무대’까지는 복귀했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은 예선 1, 2차전에서 라오스(3-0)와 말레이시아(2-0)를 차례로 꺾었고 미얀마와 0-0으로 비기며 잠시 주춤했으나 최종 4차전에서 다시 캄보디아를 3-0으로 제압하며 3승1무, 8득점 무실점 1위로 4강에 올랐다. 그리고 4강서 필리핀을 상대로 1, 2차전 각각 2-1로 승리, 합계 4-2로 따돌리고 결승 무대를 밟았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동시에 맡은 박항서 감독은 1월 중국에서 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지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조별리그에서 일본을 꺾는 기염을 토하며 준결승까지 올랐다. 그리고 이번 대회까지 파죽지세를 보이고 있다.

스즈키컵을 바라보는 베트남의 시선은 특별하다. 자신들도 스스로의 전력을 ‘아시아권’이라 생각하지는 않는 베트남이다. 단, 태국 등에 이어 2인자 설움을 느끼고 있는 ‘동남아시아’ 내에서는 맹주가 되고 싶은 욕심이 크다. 박항서 감독 역시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지난 10월 전지훈련을 겸해 선수들과 함께 한국을 찾았을 때 “스즈키컵은 동남아시아 최고의 축구대회라 베트남에서도 관심이 많다. 잘 준비해야겠다는 부담과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는 속내를 전한 바 있다.

전체적인 흐름은 분명 상승세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우승 최대 경쟁자로 여긴 태국이 준결승에서 말레이시아에 덜미를 잡힌 까닭에 마지막 상대가 다소 수월해졌다. 말레이시아는 조별리그에서 2-0으로 꺾어본 적 있는 상대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면 부담이 또 커진 조건이기도 하다. 태국도 아닌 팀에게 결승에서 패해 고배를 마신다면 불 붙은 베트남의 축구 열기가 실망감으로 식을 수도 있다. 박항서 감독 입장에서도 공들여 쌓은 탑이 마지막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 끝까지 집중해야한다.

지금 상황에서 부담을 덜 수 있는 최선은 원정 1차전에서 소기의 성과를 가지고 홈으로 건너오는 것이다. 최소 무승부 이상의 결과로 하노이에 돌아올 수 있다면, 베트남에서도 꿈을 이룰 수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