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7일 투신 사망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 한때 군 실세로 평가됐지만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이 전 사령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씨의 육사 37기 동기생로 잘 알려져 있다. 육사 37기는 다른 기수에 비해 군단장 급인 중장 이상 진급자가 많았던 기수로 군내 선두그룹이었다.
이 전 사령관은 육사 때부터 박지만씨와 끈끈한 관계로 알려졌으며, 중장 진급 이후 2013년 기무사령관으로 전격 발탁되는 등 박근혜 정부 시절 군 실세로 평가 받았다.
야전 경험이 부족했던 이 전 사령관은 야전 경험을 쌓고 대장으로 진급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으나 더는 군 생활을 이어가지 못하고 전역했다. 그는 전역 후 박지만씨가 회장인 EG그룹의 사외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민간인 신분인 이 전 사령관이 다시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정권이 바뀌고 이전 정부시절 기무사의 각종 불법행위가 불거지면서부터다. 기무사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 전 사령관도 수사 선상에 올랐다.
그는 기무사령관으로 재직하며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 등에 대한 전방위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국방부 특별수사단은 지난달 이 전 사령관 재직 당시 기무사가 세월호 참사로 인해 박근혜 정권에 불리하게 전개되는 정국을 타개하려고 전방위로 민간인 사찰을 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이 전 사령관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사령과는 지난 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지만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이 전 사령관은 지난달 27일 검찰 소환 당시 “한 점 부끄럼 없는 업무수행을 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영장실질심사 때도 취재진에게 “군인에게는 ‘모든 공은 부하에게, 책임은 나에게’라는 말이 있다”며 입장을 전했다.
이 전 사령관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검찰 수사과정에서 혐의를 줄곧 부인했던 만큼 군인으로서의 명예 손상과 수사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컸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때나마 육사 37기 출신의 전성기를 열었던 이 전 사령관의 투신 사망 소식에 군내부에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명감과 명예를 중요시하는 군인이 충성심에서 비롯한 행위로 검찰 수사를 받은데 대해 크나큰 상실감과 굴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