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철거민 단체 관계자 만나 면담…“요구 승낙받았다” 박원순도 빈소 찾아…“철거 금지·임대아파트 늘리겠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아현2구역에서 강제집행을 당한 뒤 3일간 거리를 떠돌다 한강에 투신한 철거민 박준경(37)의 모친 박천희(60)씨가 6일 서울 마포구청 앞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2018.12.6/뉴스1© News1
유동균 마포구청장이 5일 서울 마포구 아현2 재개발 지역의 ‘강제철거 중단’과 ‘상주용역 정리’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현2 재건축 구역에서 쫓겨난 철거민 고(故) 박준경씨(37)가 한강에 투신해 사망한 지 하루만이다.
◇철거민 “마포구청장, 강제철거 중단·용역정리 승낙”
빈민해방실천연대(연대)는 5일 서울 마포구청에서 유 구청장과 만나 아현2 재개발 지역 강제철거 중지와 재개발 지역 내에 상주하는 용역의 정리를 승낙받았다고 밝혔다.
유 구청장이 강제철거 중단과 용역정리를 약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현2구역은 지난 2016년 6월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뒤 재건축 사업에 착수해 지난 8월부터 현재까지 총 24차례의 강제집행이 이뤄졌다.
유 구청장은 서울 서대문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박씨의 빈소도 찾았다. 이날 오후 9시30분쯤 수행원 4명과 함께 빈소를 찾은 유 구청장은 약 15분간 면담을 가졌다.
어두운 표정으로 빈소를 나선 유 구청장은 ‘아현2 재개발 지역 강제철거 중단하고 상주용역을 정리하겠다는 약속이 사실인지’를 묻는 질문에 침묵을 지킨 채 차량에 몸을 실었다.
박원순 서울시장/뉴스1 © News1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날 박씨의 빈소를 방문해 Δ철거민과의 정식 면담 수용 Δ동절기 강제철거 금지 원칙 준수 Δ임대아파트 확대를 약속했다.
연대에 따르면 박 시장은 아현2 재건축 구역에서 벌어졌던 불법·폭력 강제철거 실태를 들은 뒤 ‘정식 면담을 해달라’는 연대 측 요구를 승낙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을 마치고 나온 박 시장은 취재진과 만나 “동절기 철거 금지 원칙이 지켜지도록 사법부와 협력하겠다”며 “동절기만이라도 대법원과 사법부에 협조를 구해 철거 진행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월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을 시행하고 겨울철 시민의 주거권과 생존권 보호를 위해 뉴타운·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강제철거를 전면 금지했다. 적용기간은 12월1일부터 2월28일까지다.
박 시장은 또 “궁극적으로 임대주택을 확대하겠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마포구청 전경© News1
신고를 접수한 한강경찰대가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박씨는 이튿날인 4일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박씨는 지난달 30일까지 세 차례 강제철거를 당해 쫓겨난 뒤 사흘간 거리를 떠돌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서에 “어머니와 함께 살던 월세방을 3번의 강제집행으로 모두 뺏기고 쫓겨났다”며 “3일간 추운 겨울을 집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한다”고 심경을 남겼다.
특히 박씨는 “저는 이렇게 가더라도 어머니께는 임대아파트를 드리고 싶다”며 “하루가 멀다하고 야위며 주름이 느시는 어머니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고 그의 모친을 걱정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 박천희씨(60)는 6일 서울 마포구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의 전부, 나의 활력이었던 외아들이 없는데 임대아파트가 무슨 소용이냐”고 울부짖으며 “내 아들을 살려달라”며 흐느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