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뛴 파주-연천 투기 조장
기획부동산들이 사들인 경기 파주시 적성면 마지리의 한 야산. 기획부동산은 지분 거래 방식으로 이곳 땅의 필지를 202명에게 쪼개서 되팔았다. 파주=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지난달 26일 오후 경기 파주시 적성면 마지리의 한 야산. 임진강과 5km가량 떨어져 있어 파주에서도 최북단에 속하는 곳이다. 산 아래 왕복 2차로에 가끔 대형 트럭들이 지나다녔지만 사람의 흔적은 찾기 어려웠다. 8월 OO경매라는 이름의 회사 10곳이 이곳 임야 69만3310m²를 32억8500만 원(3.3m²당 1만5640원)에 공동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 이들은 이 땅을 202명에게 쪼개 팔았다. 가격은 3.3m²당 5만2000∼6만8000원 선이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12년 전쯤에 3.3m²당 5만 원에 나왔던 땅인데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못 팔았다”고 했다. 기획부동산의 매입가가 1만 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땅값이 뚝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파주시 관계자는 “대부분 보전산지로 분류돼 있어 정부나 지자체의 도시개발계획에 부합하지 않으면 개발허가를 받기 힘든 곳”이라고 설명했다.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의 한 임야도 5월 3개 회사가 산 뒤 220명에게 3.3m²당 4만9000원에 팔았다. 처음 사들인 가격(3.3m²당 1만900원)의 4.5배다. 등기부등본에 나와 있는 회사의 홍보글을 보고 전화했더니 “최소 500만 원부터 투자할 수 있다. 적금이라 생각하고 오래 넣어두면 효자노릇 할 것”이라고 했다.
기획부동산들이 활개 치면서 접경지 지분거래도 늘고 있다. 토지·건물 실거래가앱 밸류맵이 국토교통부의 토지 실거래가 자료를 토대로 10월 1일∼11월 21일 계약한 경기 지역 지분거래(8582건)를 분석한 결과 1∼3위가 모두 접경지였다. 파주시 적성면 마지리가 228건으로 가장 많았고,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210건), 파주시 광탄면 영장리(175건)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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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기획부동산들은 공유지분 형태로 토지를 파는데 이렇게 되면 권리관계가 복잡해져서 개별적으로 개발하기가 어렵고 대규모 개발로 수용한다고 해도 보상절차가 복잡해 이용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파주=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