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등 인공지능 기술… 사용자 삶의 패턴-기호 분석 냉장고 비면 자동 주문 등 최적의 상황 유지시켜줘 이미 우리 생활에 깊이 침투 인간영역 뺏는다는 부정론보다 자유 늘려주는 측면 봐야
캄테크는 조용함을 뜻하는 캄(calm)과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다. 미국 제록스파크 소속 연구원이었던 마크 와이저와 존 실리 브라운이 1995년 공동으로 쓴 ‘디자이닝 캄 테크놀로지(Designing Calm Technology)’라는 논문에서 유래했다. ‘일상 생활환경에 센서와 컴퓨터, 네트워크 장비를 보이지 않게 내장해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을 뜻한다.
중국의 철학자 장자(莊子)는 캄테크의 이치를 일찌감치 간파했다.
신발이 작으면 발이 불편하고 신경이 쓰인다. 옷이나 허리띠, 장갑도 그렇다. 잘 설계된 캄테크 기기들은 내 삶에 꼭 맞기 때문에 편하다. 나는 모든 것을 잊고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누린다.
물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캄테크에 내장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삶의 모든 영역을 하나의 망으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 기술이 사생활을 침해하고 인간의 직업을 빼앗거나 삶의 자율성을 해칠 수도 있다. 그러나 허전하고 시린 인간의 마음 한구석을 넉넉하게 채워주고,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캄테크다.
캄테크는 이미 와 있는 미래다. 가까운 미래에는 캄테크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해 있을 것이다. 신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새로운 기회와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캄테크가 가진 그늘진 얼굴이 아니라 밝은 얼굴에 눈길을 줘야 한다.
박영규 인문학자 chamnet21@hanmail.net
정리=최한나 기자 h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