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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모교에 못선 ‘JP 흉상’

입력 | 2018-11-26 03:00:00

공주고 재학생 93% “교내 설치반대”, 총동문회 제막식 마치고 제작소로
“학교 역사관 정비후 전시 추진”




고교 동문들이 건립한 고 김종필(JP·1926∼2018) 전 국무총리의 흉상(사진)이 자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모교인 충남 공주고에서 흉상이 제막됐지만 찬반 논란 때문에 교정에 설치하지 못하고 흉상이 제작된 공방으로 되돌아갔다.

공주고 총동문회는 24일 오후 공주고 강당에서 받침을 포함해 높이가 약 2.5m인 김 전 총리 흉상 제막식을 가졌다. 김 전 총리는 1944년 이 학교를 졸업했다. 강당 무대에는 ‘운정(雲庭) 전 김종필 국무총리 흉상 제막식’이라고 쓴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김 전 총리의 딸 예리 씨를 비롯해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 임재관 총동문회장과 동문 800여 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흉상 설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총동문회에 따르면 당초 2016년 김 전 총리의 흉상을 제작해 공주고 동문 동산에 설치한 뒤 2017년 공주고 역사관으로 옮기기로 학교 측과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가 동문 동산 설치를 반대하면서 계획을 중단했다. 총동문회 관계자는 “김 전 총재가 당시 이 소식을 듣고 ‘그럼 (흉상 설치를) 그만두라’ 했다”고 전했다.

동문회는 올해 6월 김 전 총리가 타계하자 흉상 설치를 다시 추진했다. 그러나 제막 예정일을 앞두고 재학생과 교직원, 일부 시민단체가 반대했다. 공주고 재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31명 가운데 492명(92.7%)이 반대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는 “김 전 총리는 군사 쿠데타의 주역으로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굴욕적인 한일협정 체결의 계기를 만든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총동문회는 제막식은 예정대로 열되 흉상의 동문 동산 설치는 포기했다. 다만 2022년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리모델링 중인 학교 역사관에 항일운동가 등 공주고를 빛낸 다른 동문들과 함께 흉상을 전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주고는 최근 ‘학교 구성원 90%의 동의가 없으면 흉상이나 건축물 등을 교정에 설치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내규를 만들었다. 임재관 총동문회장은 “김 전 총리의 삶에 명암이 공존한다는 것은 잘 알지만 그 평가는 역사에 맡겨야지 과오만 부각해 공격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주=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