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주차 차량 전체의 78% 차지… 실제 주차공간 고작 283면에 불과 공항 인근 주택가로 불법주차 불똥, 12월부터 주차요금 인상하기로
대구국제공항이 최근 이용객 급증으로 심각한 주차난을 앓고 있다. 최근 공항 순환도로의 가장자리를 차지한 불법주차 차량들 사이로 시내버스와 승용차가 지나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 제공
때마침 불법 주차를 하던 정모 씨(55·여)는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가기 위해 공항에 왔는데, 주차장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다 비행기 탑승 시간이 다가와 어쩔 수 없이 불법 주차하게 됐다”며 “비행기를 놓칠 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구국제공항이 이용객 급증에 따라 심각한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항 측은 특단의 조치로 16년 만에 주차비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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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2015년 15만1362대였던 대구공항의 연간 주차대수가 지난해 25만7749대로 70.3% 증가했다. 대구공항은 급증하는 주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17년 1월 723면 규모의 주차 빌딩을 신축했지만, 이용객 급증으로 또다시 만성적인 주차난에 직면했다.
대구공항이 올해 4, 5월 자체 조사한 결과 주차장에 하루 종일 주차하는 차량은 일평균 1023대로 전체 주차 공간(1306면)의 78%를 차지했다. 하루에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주차 공간은 283면에 불과한 것이다. 72시간 이상 장기 주차하는 차량도 41.7%나 됐다.
공항 주차난이 극심해지면서 불똥이 주변 마을로 튀고 있다. 공항 이용객들의 차량이 인근 주택가 골목을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저동의 불법 주차 단속 건수는 2014년 116건에서 2015년 342건, 2016년 1105건, 지난해 2805건, 올해 1∼9월 3204건으로 급증했다.
이동훈 동구 지저동주민자치위원장은 “여행객들이 집 앞에 차를 대놓고 4, 5일씩 여행을 가는 바람에 주민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라며 “전화해서 항의하면 ‘골목이 네 땅이냐’며 되레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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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공항은 2002년 이후 16년간 동결해온 주차요금을 다음 달 1일부터 인상하기로 했다. 현재 승용차 기준으로 하루 1만 원인 주차요금을 주중(월∼목) 1만3000원, 주말(금∼일) 및 법정공휴일 1만5000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공항 내 불법 주차 단속을 위한 폐쇄회로(CC)TV도 설치한다. 이렇게 하면 약 9%의 주차 수요 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흥섭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장은 “공항 이용객들의 주차 수요를 억제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주차요금을 조정하게 됐다”며 “관할 지자체와 대중교통망 확대를 위한 협의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