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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칼럼]유은혜 장관에게

입력 | 2018-10-16 03:00:00


이종승 전문기자

첫 여성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임명된 것을 축하합니다. 세 번째 여성 교육부 장관인데 그동안 육아와 일을 병행한 워킹맘으로서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입니다.

장관은 인사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우리 교육은 과도한 성적 경쟁으로 모든 학생이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의 해결을 위해 “학생 한 명 한 명 소질과 적성을 키워줄 수 있도록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 말은 장관이 8월 교육부 장관에 지명됐을 때 했던 ‘교육은 속도 보다는 방향성’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해마다 7만5000여 명의 학교 밖 청소년이 나옵니다. 대부분은 과도한 경쟁 때문인 것으로 추정합니다. 한국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은 세계 최저입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진학 중심 교육’이 원인입니다.

최근 BTS의 리더 RM(본명 김남준)은 유엔 연설에서 “아홉 살 때쯤 꿈꾸는 걸 멈추고 타인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음악 덕분에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며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자신만의 목소리를 들려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RM이 남의 눈을 의식한 시기는 공교육을 막 시작한 시기입니다. 그의 유창한 영어는 미국의 유명 시트콤 ‘프렌즈’를 보면서 익힌 것입니다. 서울 최초의 혁신 고교인 삼각산 고등학교에서는 ‘가출한 학생이 가출 기간 동안 학교는 빼먹지 않고 와서 가출한 줄도 몰랐던 예’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학교에서는 공부만큼이나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고 좋아하는 것 위주로 교육과정을 짜서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에 주목했습니다. 초대 교장을 지냈던 분은 “아이들이 행복해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장관 재임 시에 진학 중심 교육을 교육의 본령인 진로교육으로 바꿀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지금 같은 교육 환경으로는 제2, 제3의 RM이 나올 수 없습니다. 바꿔야 합니다. 교육부 내에서 한직으로 여겨지는 평생미래교육국을 실로 격상시켜 가장 유능한 직원을 배치하고 제일 많은 예산을 투입하십시오. 사람이 없으면 밖에서 널리 구하십시오. 한 학교에 한 명에 불과한 진로진학상담교사를 최소한 2명 이상으로 늘려 진로교육 기반을 강화해 주십시오.

아이들이 행복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신 있게 세상에 나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인공지능(AI)과 경쟁하고 협력하는 것은 물론, 통일이 되면 생사를 넘나들었던 경험을 가진 북한 아이들과도 경쟁하며 어울려 살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잘돼야 대한민국이 잘됩니다.

행복한 교육을 할 수 있는 ‘밭’만 만들어도 장관은 성공할 것입니다. 이 일을 하는 데 1년 3개월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 든다면 과감히 의원직을 던지고 교육에 매진해 보십시오.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