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된 독서/최영화 지음/308쪽·1만5000원·글항아리
감염외과 의사인 저자는 문학과 역사 속에 등장한 감염병과 이로 인해 고통받는 인간의 곤경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냈다. 책을 뒤지며 전염병을 찾는 일은 매일 환자와 씨름하는 삶 속에서 그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역사적으로 전염병은 인류 사회에 큰 상처를 입혔다. 14세기부터 유행했던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30∼40%를 희생시키고서야 진정됐다. 20세기 초 퍼진 스페인 독감은 2년 만에 전 세계 2500만 명 이상의 인구를 말살시켰다. “전쟁보다 무서운 게 전염병”이라는 말이 이해된다.
여러 문학에서도 전염병의 공포가 묻어 나온다. ‘닥터 지바고’에는 발진티푸스, ‘데카메론’에는 페스트, ‘서울, 1964년 겨울’에는 급성 뇌막염이 등장한다. 저자는 증상으로 전염병을 예측하기도 한다. ‘시황제의 임종’에서 진시황은 무릎이 구부러져 펼 수가 없고 목도 점점 굳어갔다. 저자는 ‘결핵성 수막염’ 증상이라고 단언한다. 이문열의 ‘삼국지’에서 적벽대전 때 조조의 군대는 소화불량과 악성 독감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크다. 책을 읽다 보면 전염병의 종류가 이렇게 많나 싶을 정도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