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K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나의 어린 왕자에게’展 미리보기
프랑스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1900∼1944)가 세상에서 사라지기 한 해 전 발표한 소설 ‘어린 왕자’ 속의 문장입니다. 서울 강남구 K현대미술관에서는 내년 1월 27일까지 ‘나의 어린 왕자에게’ 전시회가 열리고 있죠. 소설 ‘어린 왕자’ 속의 장면들을 미술 작품으로 다르게 바라보고 새로운 뜻을 발견하는 전시입니다. 상상 속의 어린 왕자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곳곳에 갖추고 있습니다. 전시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 ‘어린 왕자’는 어떤 소설?
윤여준 작가의 비디오 아트.
내용은 이렇습니다. 사막 한가운데 불시착한 비행기 조종사는 지구에 온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됩니다.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에서 혼자 살다가 어느 날 씨가 떨어져 피어난 장미꽃과 친구가 되지만, 장미꽃과 다툰 뒤 여러 별을 떠돌게 되었고 지구에 도착했다는 사연을 말합니다.
작품 속엔 어린 왕자와 장미꽃 사이에 오간 미묘한 마음, 지구에 오기 전 들렀던 별들 이야기, 조종사가 사막에서 만난 여우와 뱀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넌 네가 길들인 것들에 책임이 있어’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같은 문장들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가치에 대한 일깨움을 줍니다.
이 작품을 쓴 뒤 생텍쥐페리는 나치 독일에 대항하는 자유프랑스군 공군 비행사로 지원해 입대했다가 비행 중 실종되었습니다. 그의 작품들처럼 신비로운 마지막이었습니다.
○ 관객이 화면 조종… TV 속의 보아뱀
레오다브 작가의 그라피티.
중국 작가 장위하오의 작품은 세 개의 화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각의 화면에 모자가 보입니다. 한 모자 위에는 코끼리가 올라타고 있고, 자세히 보면 모자를 감싸고 도는 뱀도 보입니다. ‘어린 왕자’에서 코끼리를 삼킨 뱀 그림을 보고 어른들은 모자 그림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을 상기시킵니다.
김재욱 작가의 미디어 아트.
윤여준 작가의 작품은 옛날의 브라운관 TV가 바닥 가득히 깔려 있습니다. 고 백남준의 작품들로 우리에게 낯익은 ‘비디오 아트’입니다. 화면마다 모자와 보아뱀, 코끼리의 이미지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정운식 작가의 작품.
○ ‘어린 왕자’와 예술작품의 재해석
‘나의 어린 왕자에게’전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도 문학작품인 ‘어린 왕자’를 미술작품으로 재해석 또는 재창조한 작품입니다. 재해석은 원래의 작품이 갖고 있는 주제의식을 더욱 또렷이 드러내거나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해주기도 하지만, 작가의 의도를 비틀어 꼬집거나 풍자하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은 어떤 쪽일까요? 각각의 작품이 다르고, 한 작품에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정답은 없을 것입니다.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함께 전시장을 찾아서 각각의 작품이 담고 있는 ‘재해석’에 대해 서로 생각을 나눠 보면 어떨까요?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