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투버그룹 ‘급식왕’. 이지운 문화부 기자
유튜브에 범상치 않은 이들이 나타났다. 이미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 사이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올해 5월 난데없이 나타나 다섯 달 만에 구독자 5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최근 총 재생수 1억 회를 기록했다. ‘급식 세대’의 패자 자리를 넘보는 이 크리에이터 그룹은 이름부터 ‘급식왕’이다.
공부를 잘하지만 엉뚱한 구석이 있는 광자(정광진), 놀 궁리만 하는 두더지(박강균), 꼰대 같지만 정 많은 발가락쌤(박병규)이 주인공. ‘체육시간에 이런 친구 꼭 있다’, ‘준비물 안 가져왔을 때 꿀팁’ 등 학생들의 일상을 소재로 10분 안팎의 꽁트를 선보인다. ‘수행평가’라는 제목으로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볼 법한 게임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4일 급식왕 3인방을 만났다.
“지난해까지 드라마 보조 작가로 일했는데, 연기에 계속 미련이 남더라고요. 유튜브 하려고 작가 그만둔다고 했을 땐 다들 미쳤다고 했죠.”(박병규)
이들의 인연은 10년 전 SBS에서 운영하는 공개코미디 극장에서 한솥밥을 먹던 무명 개그맨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2의 김병만’으로 우뚝 설 날을 기약하며 배고픔을 견뎠지만 SBS의 공개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마저 폐지되는 마당에 무명 배우들에겐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유튜브는 무대를 잃은 개그맨들의 마지막 돌파구였다. 박병규 씨는 “딱 한 번만 더 해보고 안 되면 뒤도 돌아보지 않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유투버그룹 ‘급식왕’. 이지운 문화부 기자
“구독자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요즘 아이들의 관심사와 유행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새 영상 콘티를 미리 보여주며 ‘재미있을 것 같냐’고 물어보기도 하고요.”(정광진)
“중학생들이 (30대인) 저희가 진짜 중학생인 줄 알고 ‘야 두더지!’ 하고 부르기도 해요. 그럴 때면 그냥 친구 대하듯 해 주죠. 저희가 그만큼 아이들 코드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라 기분 좋습니다.”(박강균)
세 사람은 콘텐츠 생산의 원동력으로 ‘싸움’을 꼽았다. 합숙 생활을 하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논쟁을 하며 새 아이템을 기획한다는 것. 롤 모델로는 미국드라마 ‘빅뱅이론’을 꼽았다.
“캐릭터의 특징과 색깔이 선명해야 롱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두더지와 광자, 발가락쌤도 ‘빅뱅이론’의 쉘든과 레너드처럼 오래도록 정 붙일 수 있는 캐릭터로 남고 싶습니다!”(박병규)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