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의 동물원/루시 쿡 지음·조은영 옮김/480쪽·1만9500원·곰출판
하지만 이 같은 애처로운 판다의 이미지에 대해 저자는 “현대판 미신”에 불과하다고 일갈한다. 후각이 발달한 덕분에 짧은 배란기에도 번식에 전혀 지장이 없었고, 대나무를 즐겨 씹는 식습관은 사자와 재규어 같은 육식동물만큼 강한 근육을 선사했다.
판다만이 아니다. 영화 ‘라이온 킹’에서 비겁한 겁쟁이로 그려진 하이에나는 사실 평균적인 육식동물보다 똑똑한 뇌를 가졌다. 남성 중심적인 야생의 세계에서 암컷이 누구와 언제 어디서 짝짓기 할지를 선택하는 ‘페미니즘’적인 특징도 있다.
동물에 관한 오해를 풀기 위한 저자의 특별한 경험도 펼쳐진다. 하마의 땀을 피부에 바르고, 독수리와 함께 절벽에서 뛰어내리는가 하면 술에 취한 말코손바닥사슴의 뒤를 쫓기도 했다. 박제된 모습이 아닌 실제 동물의 생생한 숨결을 들려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