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귀농 70대, 상수도 싸고 갈등 이웃집 승려에 먼저 쏴 중상 입힌후 민원 제기한 공무원 찾아가 ‘탕 탕’ 경찰 “범죄 입증할 수 없어 총 내줘”
“손들어!” 탕! 탕!
21일 오전 9시 반경. 인구 2300여 명의 한적한 시골 마을인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서 총성이 울렸다. 4년 전 이 마을에 귀농한 주민 김모 씨(77)가 느닷없이 면사무소 문을 열고 들어와 곧바로 직원들을 향해 엽총을 쏜 것이다.
이 총격으로 당시 면사무소에서 일하던 공무원 손모 씨(47·6급)와 이모 씨(38·8급)가 가슴과 어깨 등에 총을 맞아 크게 다쳤다. 이들은 닥터헬기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김 씨는 다른 직원과 민원인에게 제압당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김 씨의 범행은 물 문제를 둘러싼 주민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 씨의 집을 포함해 주변 4가구가 간이 상수도 배관을 같이 사용하는데 최근 폭염과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지면서 김 씨와 임 씨가 자주 다퉜다는 것이 주민과 경찰의 설명이다. 또 김 씨가 이 문제로 면사무소를 찾아 몇 차례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가 쏜 총은 조류나 멧돼지 등을 사냥할 때 사용하는 종류의 엽총이다. 김 씨는 지난달 20일 유해조수구제용으로 경찰에서 총포소지허가를 받았다. 김 씨는 이날 오전 7시 40분경 총이 보관된 소천파출소를 찾아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총을 반출했다.
그런데 피해자 임 씨는 사전에 김 씨에게서 총격 위협을 느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 씨는 지난달 말 “‘김 씨가 당신을 쏴 죽이겠다고 하더라’는 얘기를 이웃 주민으로부터 들었다”고 신고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당시 예방 차원에서 김 씨의 총을 회수했으나 당사자 간의 진술이 다르고 김 씨의 범죄 사실을 입증할 수 없어 총을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봉화=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