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민 파리 특파원
탈원전 정책 방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번 사안의 핵심은 그게 아니다. 이 사안의 키는 뉴젠이 아니라 영국 정부가 쥐고 있다. 영국 정부가 원전 건설 대가로 한전에 얼마를 지급할지가 핵심이다.
양측은 한전이 원전 건설 비용을 자체 조달하는 대신 전기 판매를 통해서 수익을 남기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영국 정부가 전기 판매가를 지나치게 낮춰 책정한다면 한전이 손해를 감수하고 이 사업에 들어올 리가 없다. 그렇다고 많이 보장해 주자니 여론이 좋지 않다. 2016년에도 ‘힝클리 포인트 C’ 원전의 전기 판매가를 시장가보다 두 배 높게 책정하면서 비난 여론이 일었다.
영국은 1991년 마거릿 대처 정부 시절 민영화 정책에 따라 국가가 원전에서 손을 떼고 ‘전력 수입’의 길로 갔다. 원전 시설과 운영권을 옆 나라 프랑스 전력공사(EDF)에 팔았고 전기 시장도 자유화됐다. 시간이 흘러 2025년 전체 15기 원전 중 절반이 수명을 다하게 됐고, 자체 원전 기술이 사라진 영국은 원전 교체를 외국 손에 맡기게 됐다. 여전히 영국의 원자력 비중은 21%에 달한다.
영국과 정반대로 ‘원전 수출’의 길을 선택한 프랑스도 고민이긴 마찬가지다. 원전을 국가가 운영하는 프랑스는 원자력 의존율이 75%에 달한다. 전력 수출로 연간 30억 유로(약 3조8700억 원)를 버는 원전 강국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프랑스 정부는 세계 추세에 따라 2025년까지 원자력 비중을 50%로 줄이기로 했다. 현 정부도 같은 공약을 했다. 정작 줄이자니 일자리 30만 개가 날아갈 판이고 비싼 돈으로 전력 수급을 맞춰야 하니 고민이 깊다.
영국과 프랑스의 중간의 길을 선택했던 독일은 가장 과감하게 2022년까지 원전 폐쇄를 결정했다. 그러나 수급 때문에 화력발전 비중을 줄이지 못해 환경오염은 더 심해지고, 프랑스로부터 전기를 사와도 전기료는 크게 오르고 있다.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안보 위험을 무릅쓰고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들여오려 하고 있다.
한국의 고민도 유럽 3국과 다르지 않다. 원전 축소 방향이 같다면 중요한 건 실천이다. 실익도 없이 우리가 선점한 이익을 포기하면서 탈원전을 내세울 필요 없고, 탈원전 말고 원전을 늘리자고 역행할 필요도 없다. 조급해할 필요 없다. 전 세계가 답을 찾고 있다면 함께 찾으면 된다. 빨리 답을 찾으려다 오답을 쓴다면 고치기도 어렵다.
동정민 파리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