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관성당 외부. 김정신 명예교수 제공
왜관성당 내부. 김정신 명예교수 제공
경북 김천시 평화성당, 충북 제천시 의림동성당, 전북 전주시 복자성당까지. 소박하면서도 뛰어난 건축미를 자랑하는 이들 성당에는 공통점이 있다. 독일 출신 알빈 슈미트 신부(1904~1978)가 설계했다는 것이다. 알빈 신부의 타계 4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그가 남긴 건축 유산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의림동 성당. 김정신 명예교수 제공
삼청공소 내부. 김정신 명예교수 제공
지난달 19일부터 독일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에서 ‘알빈 신부 특별전’이 3개월간 일정으로 열리고 있고, 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 책 ‘교회건축가 알빈 슈미트’가 최근 독일어로 번역돼 출간됐다. 이 책을 쓴 김정신 단국대 명예교수는 “알빈 신부는 유럽의 모더니즘 건축 양식을 한국 성당에 도입했을 뿐 아니라 화려함을 배제하고 조화로움을 중시한 한국 성당 건축의 모범을 만들어낸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알빈 슈미트 신부. 분도출판사 제공
점촌동 성당. 김정신 명예교수 제공
1978년까지 20년 동안 알빈 신부는 122개소의 성당(작은 예배실인 경당, 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소규모 성당인 공소 포함)을 포함해 무려 185개소의 건축물을 설계했다. 김 명예교수는 “알빈 신부는 한 건물 당 10~15장의 도면을 남겼는데, 그의 도면에는 시공이 가능하도록 기록한 ㎜단위의 치수와 성물들의 제작방법을 설명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며 “알빈 신부와 협력했던 수사들에 따르면 그의 도면은 별도의 추가 지시 없이 공사가 가능할 정도였다고 한다”고 밝혔다.
알빈 신부의 성당들은 토목공사를 최소화하고, 주변 대지와 조화를 이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교회에서는 거룩함과 세속적인 것, 영원함과 무상함이 함께 만나기 때문에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것. 특히 건물 외관보다는 내부공간을 강조했는데 제대와 신자들이 자리하는 회중석을 최대한 가깝게 해 누구나 미사에 능동적이고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김 명예교수는 “50년이 넘는 성당들이지만 현재도 생활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움과 기능적인 요소를 모두 담은 뛰어난 건축물들이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