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수상작 25점 10월부터 지방 순회 전시 대통령상 ‘물 튐 방지 밑창’, 경북과학고 최원찬 군
경북과학고 3학년 최원찬 군은 ‘어떻게 하면 빗길을 걸으면서 바지가 덜 젖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물 튐 방지 밑창’을 발명했다. 최 군은 이 발명품으로 대통령상을 받았다. 과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물 튐 방지 밑창을 발명해 제40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경북 포항 경북과학고 3학년 최원찬 군(18)은 13일 이처럼 수상 소감을 밝혔다. 컴퓨터 과학자가 꿈인 최 군은 “어렸을 적부터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한 생각을 꼼꼼히 아이디어 노트에 적어 왔다. 물 튐 방지 밑창 역시 노트에 적어놨던 메모에서 비롯된 발명품”이라고 말했다.
슬리퍼를 자주 신는 최 군은 지난해 비가 오던 날 기숙사로 향하던 길에 물이 튀지 않는 밑창을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 위해 최 군은 슬리퍼를 신고 빗길 위를 걸을 때 물이 튀는 장면을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뒤 반복 관찰했다.
최 군은 이렇게 신발 끝에서 물이 튀는 현상을 단계별로 나눠 원인을 분석한 뒤 해결 방안을 찾았다. 먼저 물기둥 형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수 효과를 높이기로 했다. 뒤꿈치 쪽에는 세로로 홈을 파고 밑창 바닥에도 배수가 잘되는 무늬를 새겼다. 최 군은 “지그재그 모양을 한 방향으로 배열했을 때 물기둥이 가장 얇게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최 군은 홈의 형태도 여러 가지로 달리하면서 물 튀김 현상을 관찰했다. 종아리 쪽에 흰색 두루마리 휴지를 감고 노란색 색소를 탄 물웅덩이 위를 걸은 뒤, 얼마나 많은 물이 휴지로 튀는지 관찰했다. 실험 결과, 홈의 너비가 위(발바닥 쪽)에서 아래(땅 쪽)로 갈수록 넓어질 때 물방울의 수평 방향 속도가 가장 느렸다. 또 신발을 옆에서 봤을 때 홈의 윗부분 끝이 평평한 것보다는 아래를 향해 굽어 있을 때 물방울이 튀는 각도가 더 작았다. 최 군은 8개월간의 실험 끝에 물 튐 방지 밑창을 완성하고 국내 특허 등록도 최근 완료했다. 그는 “3차원(3D) 프린터와 실리콘만 있으면 적은 비용으로도 얼마든지 쉽게 밑창을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광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원장은 “신발 밑창의 모양을 간단히 바꾸는 것이지만 과학적인 실험과 분석 방법을 충분히 활용한 발명 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실용성과 경제성이 모두 높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최 군을 지도한 경북과학고 교사 손문규 씨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현상에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끈기 있게 분석해 나간 열정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