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총영사 청탁싸고 갈등겪던 올 2월 김경수 지사측에 문자 보내 비밀대화 삭제에 불만 표시하며 “김경수에 기사작업 일일보고” 언급 특검 “킹크랩 댓글작업 보고정황” 9일 김경수 지사 사흘만에 재소환… 송인배 靑비서관도 11일께 소환
특검팀은 9일 오전 9시 반 김 지사를 다시 불러 킹크랩 보고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6일 첫 조사에 이어 사흘 만이다. 특검팀은 김 지사를 김 씨에게 소개해 준 송인배 대통령정무비서관을 11일쯤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 “김경수에게 1년 5개월간 8만 건 보고”
본보가 입수한 김 씨와 김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한모 씨(49)의 텔레그램 대화 기록에 따르면 올 2월 9일 김 씨는 한 씨에게 “김 의원님(김 지사)이 저와 연결되었던 텔레그램 비밀 대화를 삭제하셨더군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김 의원님과 제 관계는 1년 4개월 이상 이어져 왔고 꼬리 자를 수준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참고로 제가 지난 1년 5개월간 의원님께 일일보고 해드렸던 기사 작업 내용은 모두 8만 건입니다”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 메시지에 ‘기사 작업’은 킹크랩을 통한 댓글 작업, ‘1년 5개월간’의 시작은 2016년 9월 28일 김 지사가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일명 ‘산채’)에 처음 방문한 시점을 나타낸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이 메시지를 보낼 당시 자신의 최측근 ‘아보카’ 도모 변호사(61)를 일본 주오사카 총영사로 보내는 문제를 놓고 김 지사와 갈등을 겪던 중이었다고 특검팀 조사에서 진술했다.
김 씨와 김 지사의 텔레그램 대화 기록에 따르면 김 지사는 2016년 11월 25일 처음으로 김 씨에게 온라인 기사의 인터넷 접속 주소(URL)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 방송사에 출연해 깜짝 인터뷰를 했다는 기사였다. 이날은 김 씨가 산채에서 김 지사에게 킹크랩이 실제 작동되는 시범을 보여줬다고 주장한 시점(11월 9일)으로부터 16일 뒤다. 김 지사는 6일 특검팀 조사에서 “김 씨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 모임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조직도 등을 발표하는 것은 봤지만 킹크랩은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김 지사는 김 씨에게 URL을 지속적으로 보냈고 김 씨는 주로 “처리하였습니다”,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2017년 6월 11일 김 지사가 텔레그램으로 문재인 정부의 내각 인선과 관련된 네이버 뉴스 URL을 보내자 김 씨는 “경인선은 이번 주 금요일까지 휴가를 주었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김 씨는 약 1시간 뒤 자신이 만든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에게 텔레그램 ‘목멤버방’을 통해 “정치면 인선 기사는 악플이 상위로 가도록 조정할 것. 킹크랩의 존재 가치는 다음 주 내내 악플이 얼마나 달리는지에 달렸단다”라고 지시했다. ‘목멤버방’의 경공모 회원은 ‘둘리’ 우모 씨(32·수감 중), ‘서유기’ 박모 씨(30·수감 중) 등 킹크랩 핵심 실무자들이다.
○ 드루킹, 김경수 보좌관과 검찰 내사 상의
김 씨는 김 지사의 전 보좌관 한 씨에게 지난해 9월 20일 텔레그램으로 ‘김경수 의원 검찰 내사 건 2017.9.docx’ 문서파일을 보내면서 “지난번에 물어보신 거 확인되어 알려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 지사의 검찰 내사 건은 경공모 회원 ‘무밍’ A 씨가 2016년 11월 김 지사의 후원금 계좌에 500만 원을 입금한 것에 대한 검찰의 내사를 의미한다. 경공모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메시지를 본 한 씨는 텔레그램으로 김 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후 김 씨는 한 씨에게 “아무튼 잘 전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검찰은 정치자금법상 실명 후원은 최대 500만 원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특검팀은 김 지사 측이 검찰의 내사 사실을 사전에 알고 김 씨에게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검팀이 댓글 조작 공모 혐의 등으로 재청구한 도 변호사의 구속영장을 8일 다시 기각했다. 이날 도 변호사는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마치 내가 고 노회찬 의원에게 돈을 직접 전달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만든 놈으로 기사가 나갔다. 정말 힘들고 괴로웠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고통을 호소했다.
김동혁 hack@donga.com·정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