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옥 채널A 스포츠부장
텍사스 구단은 2020년을 목표로 무려 12억5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조3000여억 원을 투입해 돔구장을 짓고 있다. 지금 구장은 허물어 주차장으로 쓴다. 새로운 구장을 짓는 이유는 ‘폭염’이다. 텍사스의 여름 기온은 40도를 웃돈다. 6∼8월 여름 혹서기에 관중이 급감해 도저히 장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40도를 넘나드는 이번 여름 폭염에 시달리면서 텍사스의 결정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평일 프로야구는 오후 6시 30분에 열리지만 더위가 가시지 않아 관중과 선수들 모두 아우성이다. 지난해 여름에도 관중이 줄었지만, 이번 여름엔 흥행 보증수표였던 주말 빅매치까지 주춤했다. 프로야구 선수협회에서 경기를 취소하거나 시간을 조정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에 유일한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에서는 냉방을 하면서 관중과 선수 모두 행복한 표정이었다. 평균기온 26도. 야구를 하기에도, 야구를 즐기기에도 딱 좋은 기온이었다.
물론 미국처럼 멀쩡한 구장을 허물고 짓자는 게 아니다. 앞으로 지어질 구장에 대해서만큼은 이전과는 다른 잣대로 돔구장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부산시와 대전시가 지금 구장 신축을 계획하고 있다. 부산 사직구장은 1985년 지어졌고, 대전 구장은 1964년에 개장해 신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둘 다 지붕이 없는 기존의 개방형 구장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돔구장도 고민을 했지만, 아무래도 ‘돈 먹는 하마’라는 부정적 인식이 문제였던 것 같다.
기존 구장은 1500억 원 선에서 지을 수 있는데, 돔구장은 두 배 많은 3000억 원 정도 든다. 관리비도 기존 구장이 연간 40억 원 선인데, 돔구장은 80억 원이다. 지자체로서는 재원 조달과 운영비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고척돔의 사례를 보면 돔구장이 마냥 돈 먹는 하마는 아니다. 고척돔은 최근 2년간 연간 250일 정도 가동됐고, 매년 수십억 원의 흑자를 내고 있다. 공연, 광고 촬영, 종교 행사, 시상식 등 각종 행사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프로야구 시즌에 생기는 자투리 일정 탓에 대관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빼고는 거의 쉼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운영하기 나름이다.
지금은 폭염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세먼지가 심각한 문제였다. 환경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부산시와 대전시가 아직 정확한 방향을 결정하지 않았다면 돔구장을 한 번 더 고려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자칫 텍사스처럼 지은 지 25년도 안 된 구장을 허물고 새로 돔구장을 지어야 할지도 모른다.
윤승옥 채널A 스포츠부장 tou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