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협상 난기류]6월과 분위기 다른 싱가포르의 北-美
○ 미 국무부의 제재 강화 연타
북한이 매년 유일하게 참여하는 역내 다자안보협의체인 ARF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는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북-미 외교장관회담 가능성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낮췄기 때문. 이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양자회담이 가능할 수는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북-미 접촉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계획된 (회담) 일정은 없다”고 밝혔다. 6월 정상회담 전후만 하더라도 “만나길 고대한다”는 답변이 나왔을 텐데 그만큼 김정은을 바라보는 워싱턴의 심기가 편치 않다는 것이다.
광고 로드중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1일 ARF 의장성명서 초안을 공개하며 “CVID를 명기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촉구하고 강조하는 방향으로 성명이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성명 초안엔 △북-미 정상회담 성과 환영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에 유의할 것 △납치 문제 조기 해결 등의 내용과 함께 CVID에 대한 노력을 지지한다는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북-미 사이서 눈치 보는 한국, 국무부 “9월 종전선언 어렵다” 전달받아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북-미 사이에서 정부 대표단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회원국들이 ARF 폐막을 전후로 내는 의장성명에 대해 “이번에는 남북, 북-미 대화에 대한 지지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담겨 큰 갈등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CVID가 의장성명에 명시될 것이 점쳐지면서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 추진 중인 남북, 남북미 외교장관회담 성사 여부는 물론이고 앞으로의 대화 국면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간 정부는 의장성명 초안 작성 과정에서 한반도 대화 분위기와 긴장 완화를 부각시키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북한의 도발에 대한 비난과 함께 강력한 제재 및 압박 필요성을 넣으려고 했던 노력과는 정반대다. 당시에는 우리 정부가 마련한 한반도 이슈 관련 문구가 그대로 성명에 반영됐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 “싱가포르를 비롯한 몇몇 회원국이 초안을 마련할 때 (우리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대북제재 강화와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적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귀띔했다.
광고 로드중
싱가포르=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