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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美대사관 앞 폭발물 ‘쾅’… 20대 男 용의자 부상입고 체포

입력 | 2018-07-27 03:00:00

목격자 “문안으로 던지려다 폭발”
中당국 “개인의 극단행위 사건” 현장 혈흔 지우는 등 축소 의혹
오전엔 분신 시도 여성 연행되기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아프리카 순방 중이던 26일 오후 베이징 시내 주중 미국대사관의 비자 발급센터 입구(대사관 동문) 바로 앞에서 미국대사관을 공격하려 한 것으로 보이는 폭발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대사관 측은 “폭탄”이라고 규정했지만 중국 당국은 “폭죽”이라고 밝히고 “폭발물을 대사관에 던지려 했다”는 목격자 증언도 무시하는 등 사건을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여 의문이 커지고 있다. 사회 안정성을 중시하는 중국의 수도 한복판, 더군다나 대사관이 밀집된 외교가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CNBC 등 미국 매체들은 이날 미국대사관 대변인과 중국 경찰을 인용해 “오후 1시경 미국대사관 동남쪽에서 1명의 ‘공격자’가 폭탄(Bomb)을 폭발시켰다. 폭파범 이외에 다른 부상자는 없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미국대사관이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에서도 “폭탄을 폭발시켰다”고 표현했다. 500m 떨어진 주중 한국대사관에서도 ‘쾅’ 하는 굉음이 들렸고, 검은색과 하얀색이 섞인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동아일보·채널A 취재진이 이날 오후 사건 현장에서 만난 한 중국인 목격자는 “문제의 남성이 대사관 동문에서 폭발물을 문 안으로 던지려다 실패했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트위터 계정에 “인근 경찰 차량도 (폭발에)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미중 무역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에 불만을 품은 중국 남성이 대사관을 공격하려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중국 베이징시 공안(경찰)은 공식 발표에서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지역 퉁랴오(通遼) 출신 장(姜·26)모 씨가 폭죽으로 보이는 장치에 불을 붙여 폭발이 발생해 손에 부상을 입었다. 생명의 위험은 없다”고만 밝혔다. 공안은 폭발 장소에 대해서도 미국대사관 앞임을 공개하지 않은 채 차오양(朝陽)구의 톈쩌(天澤)로와 안자(安家)로 교차로에서 일어났다고만 밝혔다. 본보·채널A 취재진이 입수한 차오양구 총당직실이 보낸 문자는 “미국대사관 동문에서 개인의 극단행위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이 정신병자로 보인다”라고만 쓰여 있었다.

대사관 동문 앞에서는 이 남성이 폭발로 손을 다치면서 도로에 생긴 핏자국이 선명했다. 깨진 유리 조각들도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중국 측은 사건 현장을 보존하지 않은 채 환경미화원을 동원해 서둘러 석회 가루를 뿌려 혈흔을 지웠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오후 트위터 계정에 “이날 오전 11시경 공안이 미국대사관 바깥에서 휘발유를 자신의 몸에 뿌린 한 여성을 연행했으며 이 여성은 분신을 시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올렸다. 이에 대해 중국 공안 당국은 전혀 언급이 없었다.

중국 당국은 사건 이후 웨이보에 올라오던 사건 관련 사진 영상 글들을 2시 48분경부터 일제히 삭제하는 등 여론 통제를 시작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은 개별 사건이고 중국 경찰이 이미 적절하게 처리했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베이징=권오혁 hyuk@donga.com·윤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