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할리우드 ‘찰리우드’ 시대 영화 ‘스카이스크래퍼’속의 중국
캐나다에서 촬영했지만 홍콩이 배경인 찰리우드표 영화 ‘스카이스크래퍼’. 이 영화에서 배우 드웨인 존슨(아래쪽 사진)은 초고층 빌딩 ‘더 펄’에 갇힌 가족을 구하는 윌 소여 역을 맡았다. UPI 제공
그로부터 30년 뒤. 11일 국내 개봉한 ‘스카이스크래퍼’도 초고층 빌딩이 주요 무대. 225층(1100m) 높이의 ‘더 펄’이다. 할아버지 윌리스가 아닌, 요즘 ‘잘나가는’ 드웨인 존슨의 출연 말고도 격세지감은 또 느껴진다. 장소는 홍콩으로 바뀌었고, 빌딩 역시 중국 소유. 존슨이 맡은 전직 FBI 요원 윌 소여와 그의 가족을 제외하면 상당수 캐스팅이 대부분 중국계.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할리우드는 뭐가 변한 걸까.
○ 중국 완다그룹에 인수된 할리우드 ‘레전더리’
맡은 역할의 성격도 다르다. ‘다이하드’에 등장한 일본인 경영인은 한낱 인질로 존재감이 미미했다. 하지만 ‘스카이스크래퍼’의 아시아 배우들은 비중도 크고 입체적이다. ‘더 펄’을 지은 부동산 개발자이자 윌 소여의 상사 자오룽지(친 한)와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는 경찰관 우(바이런 만)가 대표적. 모두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배우들. 영화 내내 광둥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눈에 띈다.
이렇다 보니 미국 현지에서도 ‘찰리우드’(차이나+할리우드)란 소리가 나올 정도. 하지만 ‘스카이스크래퍼’의 제작 과정을 살펴보면 더욱 입이 벌어진다. 사실 이 영화는 대부분 캐나다에서 촬영했다. 그런데 컴퓨터그래픽(CG)을 입혀 굳이 배경을 홍콩으로 바꿨다. 개봉 날짜도 미국보다 홍콩이 하루 먼저였다.
○ 깜짝 ‘세계 1위’로 올라선 중국 영화시장
‘스카이스크래퍼’ 개봉 당시 출연배우 존슨은 “중국 영화시장은 2년 이내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소 ‘립서비스’였겠지만 현실은 더 빨리 찾아왔다. 미국 영화매체 버라이어티는 최근 “올해 1분기(1∼3월) 중국 박스오피스 규모가 북미 시장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고 전했다. 중국은 202억 위안(약 3조4000억 원)을 벌어들여 북미의 28억9000만 달러(약 3조2000억 원)를 사상 처음으로 제쳤다.
물론 이 역전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번 성적은 중국 박스오피스의 흥행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나 성장하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통상 중국 정부가 내놓는 예측 성장률이 15∼20%인 점을 감안하면 한시적인 성과일 가능성이 높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