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안 음바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월드컵은 세계축구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기존까지는 점유율 축구가 대세를 이뤘다. 볼을 주도적으로 가져가면서 짧은 패스로 빌드업을 해 골을 노리는 팀들이 승리를 챙겼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이 대표적인 ‘점유율 축구’ 팀이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 대회에서는 ‘점유율 축구=승리’라는 공식이 완전히 무너졌다. 빌드업 과정에서 나오는 패스 미스를 노리거나 볼을 가진 상대를 특정 지역으로 몰아넣은 뒤 볼을 빼앗아 롱패스에 이은 역습을 노리는 축구가 대세를 이뤘다.
이는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점유율 1위 스페인(69.2%)은 16강전 탈락, 2위 독일(65.3%)은 월드컵 출전 이래 처음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들의 몰락과 함께 점유율 축구시대도 종말을 고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아시아 축구의 선전도 돋보였다. 2014 브라질월드컵 당시에는 한국, 일본, 호주, 이란 등 4개국이 3무9패의 참담한 성적을 남겼다. 16강에는 단 한 팀도 오르지 못했다.
러시아에서는 달랐다. 한국, 일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등 5개국 중 호주(1무2패)를 제외한 4개국은 1승씩을 챙겼다. 이번 월드컵에서 아시아 5개국이 거둔 성적은 4승3무9패다. 일본은 아시아국가 중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했다. 16강에서 벨기에에 2-3으로 허무한 역전패를 당했지만 우승후보 중 한 팀이었던 벨기에를 패배 직전까지 몰고 가는 등 저력을 선보였다.
한국은 목표로 했던 16강 진출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H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세계 최강 독일을 맞아 한국형 역습축구를 펼치면서 2-0으로 승리를 거두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 경기는 이번 월드컵에서 축구 팬들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명승부로 손꼽혔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