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5년 9개월만에 2선후퇴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힌 뒤 차량을 타고 떠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밝혔다. 국회 안에서 하려다 현역 의원도 아니어서 카페에서 진행했다고 한다. 안 전 후보는 독일 대학 및 연구소 연수 프로그램을 검토해 다음 달 출국한다. 1년간 안식년을 맞은 아내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함께 간다.
안 전 후보는 지난해 5·9대선과 올해 6·13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연달아 ‘충격적인’ 3등을 했다.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11일 미국으로 떠난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의 뒤를 이어 안 전 후보도 국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지난해 대선 주자가 잇따라 무대에서 잠시 사라지는 것이다.
정계 복귀 일정에 대해선 “어떤 계획도 없다. 돌아올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더 나은 안철수’가 되어 돌아오겠다며 정치 재개 의지는 분명히 했다. 정계 은퇴라기보단 ‘2선 후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새 정치를 향한 여정을 어떻게 평가하나.
“5년 9개월 동안 초심을 간직한 채 열심히 했다. 다당제를 이뤘고, 여러 개혁에 앞장섰다. (제가) 여러 부족한 탓에 기득권 양당의 벽을 허물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갔던 길이 올바른 길이라고 지금도 믿는다.”
―어떤 계기로 정계에 복귀할 건가.
―최근 ‘국민이 부르지 않으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한 발언의 의미는 뭔가.
“모든 정치인에게 해당되는 일반론일 뿐이다. 특별히 제 상황에 맞춰서 말한 취지는 전혀 아니었다. (이 말을) 전한 사람의 의도와 생각이 더해지며 뜻이 달라졌다.”
―‘업그레이드된 안철수’로 돌아오기 위해 어떤 공부를 할 계획인가.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정책으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곳이다. 분단과 통일의 경험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시행착오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방법을 열심히 배우러 떠나겠다.”
안 전 후보 측은 희망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 차를 맞는 내년 대안을 찾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고, 안철수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측근은 “내년 각 당이 2020년 총선 준비에 들어가면 야권 전체에서 안철수를 다시 필요로 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패한 만큼 공허하기만 했던 ‘새 정치’라는 하드웨어를 채울 수 있는 안철수만의 콘텐츠를 내놓을 수 있는지에 재기 여부가 달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독일행은 ‘정치인 안철수’의 마지막 승부수가 될 듯하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