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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도… 죽어서도… 시끄러운 옴진리교주

입력 | 2018-07-10 03:00:00

日도쿄서 화장… 유골 놓고 갈등




1995년 지하철역 사린가스 테러사건으로 일본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던 사이비 종교 단체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麻原彰晃·본명 마쓰모토 지즈오·63·사진)에 대한 사형 집행 후 사흘이 지난 9일 오전 마쓰모토의 시신이 도쿄도 내에서 화장됐다고 일본 법무성이 밝혔다. 이런 가운데 마쓰모토의 유골 인수를 놓고 가족들 사이에 분쟁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옴진리교 교주는 죽어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는 여론이 일본 내에서 나타나고 있다.

○ “내 시신은 넷째 딸에게”

아사히신문과 NHK를 포함한 일본 언론이 법무성 등의 관계자 증언을 토대로 9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도쿄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마쓰모토는 사형이 집행되기 직전 담당관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시신과 유품이 누구에게 전달되기를 원하느냐’는 것이었다. 마쓰모토는 “넷째 딸”이라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관이 재차 “넷째 딸이 맞느냐”고 묻자 마쓰모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6남매를 둔 마쓰모토가 왜 하필 넷째 딸을 지목했는지에 대해선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마쓰모토는 옴진리교 내 한 출판 계열사 사장이자 교단의 최고 간부를 지낸 마쓰모토 도모코(松本知子)와 결혼해 2남 4녀를 두었다. 마쓰모토 사토카(松本聰香·가명·29)로 알려진 넷째 딸은 2010년 ‘나는 왜 아사하라 쇼코의 딸로 태어났을까―지하철 사린 사건으로부터 15년째의 고백’이라는 수기를 펴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사토카는 당시 이 책을 통해 가족 중에선 유일하게 “사린가스 테러사건으로 피해를 본 분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화제가 됐었다. 사토카는 3년 전 한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옴진리교를 지배하던 것은 성과 폭력이었다. 그래서 어릴 적 트라우마로 남았다”며 교단과 거리를 두게 된 계기를 밝힌 바 있다. 사토카는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열고 “부모님과의 관계를 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사토카는 아버지의 사형이 집행된 6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피해자 유가족, 교도관, 세상의 모든 분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는 글을 남겼다.

일본 법무성은 마쓰모토가 밝힌 대로 유골을 넷째 딸 측에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넷째 딸 측의 대리인이자 담당 변호사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유해를 즉시 넘겨받을 경우 (사토카가) 신변의 위협을 느낄 수도 있다”며 “당분간은 도쿄 구치소에 두겠다”는 의사를 9일 밝혔다.

○ 셋째 딸, “의문이 든다”

일본 언론들은 마쓰모토의 사형이 집행된 뒤 넷째 딸의 대리인이 도쿄 구치소를 방문해 시신 인도 요구서를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사형 집행 후 또 한 인물이 구치소를 찾았다. 마쓰모토의 아내와 둘째, 셋째 딸의 법률 대리인이었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들의 법률 대리인은 “마쓰모토는 의사소통이 곤란해 유골 인수자로 특정인을 지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일본 법무상 앞으로 시신 인도 요구서를 제출했다. 마쓰모토의 셋째 딸은 2015년 ‘아버지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책을 낸 적이 있다. 일본 법령에 따르면 사형수의 유해 및 유품 인수자는 사형수 자신이 지정한 사람이 1순위이고 1순위 지정자가 거부할 경우 배우자, 자녀, 부모 순이다.

셋째 딸 리카 씨는 9일 자신의 블로그에 “비난을 받을지 모르지만 단지 가족으로서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한다”며 “그러나 넷째를 유해 인수자로 지정한 것에 대해서는 사형 집행 후 현재까지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의문”이라고 밝혔다. 마쓰모토의 유골 및 유품을 둘러싸고 가족 간 분쟁 조짐이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 경찰은 마쓰모토의 유골 등을 신격화하려는 신자들이 나타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