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건강
비법은 잠을 포기하는 겁니다. 이미 해 보셨다고요? 전혀 효과가 없었고 더 힘들기만 했다고요? 이유는 뻔합니다. 완전히 포기하지 못하고 끈질기게 잠에 미련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미련에는 자신도 어쩔 수 없는 노력, 좌절, 후회가 따릅니다. 마음을 완전히 비워야 합니다. 그러니 비법이라고는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약간 수정한 비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잠이 안 올 때 거꾸로 잠을 완벽하게 안 자려고 노력해 보는 겁니다. 그것도 효과가 별로 없다면, 잠을 자야만 한다는 마음을 비울 수 없다면 마음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면 됩니다. 흔히 “양 하나, 양 둘, 양 셋…”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오히려 뇌기능이 활성화되어서 역효과가 납니다. 또 다른 방법인 독서는 불을 켜 놓는 바람에 오던 잠도 달아납니다. 잠자리에 누워서 조용히 할 수 있는 복식호흡이 강력한 대안입니다. 배꼽 위에 한 손을 얹은 후 그 손을 승강기로 여기고 배로 숨을 쉬는 힘으로 손을 천천히 올렸다 내렸다 하면 됩니다. 이때 손에 집중해야지 잠에 집중하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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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흔히 남 탓을 합니다. 남 탓을 해서 얻는 이득은 내가 그 일에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남을 비난함으로써 얻는 쾌감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습니다. 남 탓을 하는 순간, 내 탓을 하며 자기 성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 나를 더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는 연기처럼 사라집니다. 성숙한 사람이 되려면 남을 무조건 탓하는 버릇을 버리고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키워야 합니다. 남 탓만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을 남들은 좋아하지 않고 멀리하기 마련입니다.
잠이 안 오는 것은 결국 내 탓이지, 남의 탓이나 환경 탓이 아닙니다. 조용한 환경에서만 잠이 온다면 소리 크게 틀어놓은 텔레비전 수상기 앞에서 졸고 있는 불면증 환자의 모습은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남 탓을 하는 것을 정신분석학에서는 투사(投射)라는 방어기제로 설명합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감정이나 욕망 등을 남에게 돌려 버림으로써 자신을 정당화하는 무의식적인 마음의 작용”입니다. 투사는 어린아이들이 전문적으로(?) 쓰는 방법입니다. 어떤 일이 어긋날 때 어린아이가 엄마 탓, 누나 탓, 동생 탓을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투사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정말 큰일입니다. 편견. 시기와 질투, 의심이 모두 투사의 결과입니다.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투사가 넘칩니다. 아마 오늘 아침 신문 정치권 기사에도 변함없이, 내 탓을 하는 성찰의 아름다운 광경은 전혀 볼 수 없고 남 탓을 하는 말싸움 소식이 등장할 겁니다.
방어기제라고 해서 유치한 수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매우 성숙한 방어기제의 대표로는 이타주의(利他主義)가 있습니다. 어렵게 들리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안에, 관용, 용서, 존경, 감사, 겸손, 자비, 인내, 용기와 같은 덕목들이 다 들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또 다른 성숙한 방어로는 승화(昇華)가 있습니다. 인정되지 않는 욕구나 충동을 가치와 보람이 있는 더 높은 수준의 활동으로 바꾸어 하는 행위입니다. 예를 들면, 공격성을 스포츠 행위로 바꾸어 훌륭한 선수가 되는 겁니다. 해학(諧謔, 유머)도 성숙한 방어기제로 긴장과 갈등 상황에서 숨을 쉴 수 있게 도와줍니다. 단, 조심해야 할 점은 재수 없으면 집단적 비난의 대상이 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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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언 정신분석학자·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