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산업1부 차장
공항 정문 앞에는 커다란 구형 로켓이 하나 전시돼 있다. 커다란 알약처럼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이 로켓의 이름은 ‘로터리 로켓 로턴 ATV(rotary rocket roton ATV). 이 로켓의 이야기엔 쟁쟁한 미국 기업가들의 이름이 연달아 등장한다.
1990년대 이 공항을 무대로 우주를 오갈 수 있는 회수 가능한 재활용 로켓을 만들자는 프로젝트가 나왔다. 재활용 로켓은 우주 비행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기에 일반인 우주여행의 길을 여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다. 로터리 로켓을 개발한 엔지니어 게리 허드슨은 로켓 머리에 프로펠러를 달아 우주로 갈 땐 로켓 추진력으로 가지만 내려올 땐 프로펠러를 이용해 (마치 형사 가제트처럼) 수직 비행으로 착륙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엑스프라이즈재단이 후원한 여러 프로젝트 중 회수 로켓 프로젝트엔 안사리라는 이름의 기업가가 1000만 달러의 상금을 걸었다. 이란에서 이민 와 통신 기술 기업을 설립해 돈을 번 기업가다. 우주 탐험에 대한 열정 때문에 돈을 댔다. 로터리 로켓 팀은 투자를 모아 모하비 사막에서 두 차례 착륙 비행 시험을 하는 데 성공했지만 결국 로켓 개발에 실패하고 파산한다. 공항 측은 도전을 기리기 위해 이 로켓 실물을 공항에 영구 보존했다.
로터리 로켓에 이어 회수 로켓 실험에 도전한 팀엔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폴 앨런의 이름이 등장한다. 폴 앨런의 투자로 ‘스페이스십 원’ 로켓을 만든 개발팀은 2004년 마침내 로켓 회수에 성공하면서 상금을 거머쥔다. 이를 이어받은 것은 영국 출신 기업가 리처드 브랜슨이다. 음반 사업과 항공 산업으로 돈을 번 브랜슨은 스페이스십 원을 인수한 뒤 1억 달러를 쏟아 부어 2013년 스페이스십 투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엑스프라이즈재단 이사로 프로젝트 탄생에 기여한 머스크도 다시 그 뒤를 이었다. 스페이스X를 설립하며 회수 로켓 개발에 발을 들였고 올해 초 세계 최강이라는 팰컨헤비 로켓에 전기 자율주행차 테슬라를 실어 쏘아 올리는 엄청난 우주쇼를 벌여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이어지는 회수 로켓 개발 도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로턴 로켓 앞에는 이런 소개문이 적혀 있다. “혁신에 대한 도전을 기리기 위해 로켓을 전시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름 지우기에 골몰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세상이 바뀔 때마다 과거 인물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며 지워지는 이름이 한 박스씩이다. 그렇다 보니 다음 세대가 존경할 만한 인물이 남아나질 않는다. 이런 일이 이어지면서 존경할 만한 사람들의 이름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진보에 대한 믿음도 사라지는 것 아닐까.
김용석 산업1부 차장 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