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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남북교류 확대, 국내 변호사들에게도 블루오션”

입력 | 2018-06-18 03:00:00

북한법 이론-실무 무장한 변호사들, 北특구 진출 기업 법률지원 맡아
통일후엔 北서 법률자문도 가능




“남북 교류 확대는 우리 변호사들에게도 포화 상태인 국내 법률시장을 벗어날 큰 기회, ‘블루오션’이 될 겁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53)은 1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변호사들이 새로운 기회를 잡으려면 북한과 북한 주민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북한 법률을 공부해야 한다. 통일 한국에 적합한 통일법을 만드는 역할도 변호사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법조계에서 손꼽히는 북한법 전문가다. 박사과정에서 북한 행정법을 공부한 이 회장은 연세대 법무대학원에서 현재 북한법 강의를 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이탈주민법률지원위원장과 통일부 통일교육위원도 역임했다. 그의 관심사를 보여주듯이 서울변호사회 회장실 곳곳에는 북한 관련 법률 서적과 각종 자료가 쌓여 있다. 

이 회장이 북한법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서울변회 재무이사를 맡고 있던 2005년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열린 국제인권법회의에 참석하면서다. 이 회장은 “회의에서 만난 외국인들이 북한법과 북한 이탈주민 인권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 전문가보다도 해박한 지식과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직후부터 북한 이탈주민을 찾아다니고 북한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북한 이탈주민들이 한국 사회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변호사 모임도 꾸렸다.

지난해 1월 서울변호사회 회장에 취임한 직후 이 회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학식과 실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30명을 모아 통일법제특별위원회를 꾸린 것이다. 이 회장은 “보통의 위원회와 달리 보다 엄격한 선발 기준을 거쳐 지원자 180여 명 중 30명을 뽑았다”며 “법무부 통일법무과 근무 이력이 있는 변호사, 다양한 북한 관련 사회단체 활동을 했던 변호사, 국정원 출신 변호사 등 어디든 내놓을 만한 경력을 지닌 분들이다”라고 밝혔다.

통일법제특위는 그동안 진행한 학술세미나와 연구 성과를 토대로 7월 중에 북한 변호사 제도 관련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북한의 신분등록, 등기제도 등 법조계 안팎에서 관심이 큰 사안들에 대한 보고서도 차례로 발간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국내 변호사들에게 언어가 같고 한 민족인 북한은 가장 쉽게 진출할 수 있는 법률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화해 국면으로 경제적인 교류가 늘어나면 계약체결이나 대금과 관련된 민사 분쟁도 자연스레 증가하는 만큼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 법을 남북 교류에서 어떻게 적용할지 등 법률가들이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며 “북한법을 공부한 변호사들은 두 체제를 접목하는 아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변호사회는 500여 명의 변호사가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진 북한 변호사업계와 민간 차원의 친선 교류도 추진 중이다. 경평(서울·평양)축구처럼 서울과 평양의 변호사단체 간 축구경기대회를 열고 이를 발판삼아 왕래를 늘려가겠다는 것이 이 회장의 구상이다. 딱딱한 법률 대신 축구공으로 분단의 벽을 뛰어넘겠다는 것. 이 회장은 “남북 교류 관련 단체 및 중국 로펌 등을 통해 북측과의 교섭 채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 교류 활성화에 대비해 북한 내 14개 경제특구와 국내 14개 지방변호사회를 일대일로 매칭하자는 아이디어도 중소벤처기업부에 제안한 상태다. 각 지방변호사회가 해당 특구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에 계약과 관련한 법률 자문은 물론이고 분쟁 조정 등 종합적인 법률 서비스를 지원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회장은 “예를 들면 평양의 옥류관 냉면도 이미 남한에도 상표권이 등록된 상태라 통일 이후 당장 소송으로 충돌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밖에 서울변호사회는 통일부와 법무부 등 국가 기관을 비롯해 대한적십자사 등 비교적 북한과 교류가 빈번한 외부 단체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다양한 남북 교류방식을 찾는 중이다. 이 회장은 “‘통일 대박’은 우리 변호사들에게도 대박이 될 것”이라며 “북한법에 대한 이해가 높고 실무 경험이 풍부한 서울변호사회 변호사들이 남북 교류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허동준기자 hungry@donga.com